빌보드 차트에서도 싸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행오버'가 빌보드 '핫100'차트(6월28일) 26위에 올랐고 '강남스타일'이 7주 연속 2위, '젠틀맨'이 5위를 차지한 것. 이에 따라 그의 노래 3곡이 연속 빌보드 핫100차트 30위권에 들었다. 이는 아시아 가수로서는 최초다.
공교롭게도 '행오버'를 통해 '숙취'라는 단어도 인기를 끌었다. 행오버는 상당기간 불쾌감이 지속될 정도로 술에 흠뻑 취했다는 숙취의 뜻을 담고 있다. 싸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행오버'가 공개됐을 때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한국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25.6%, 여성은 8.0%로 조사됐다. 이 중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지난해(6.5%)보다 더 늘었다.
숙취해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숙취해소음료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90%가 넘는 빅3 제품인 '컨디션', '여명808', '모닝케어' 외에도 후발주자들이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숙취해소음료시장이 더욱 팽창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알코올 중독률(알코올 의존 남용자 비율)은 6.76%로 세계 평균(3.6%)보다 1.8배 높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23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대 성인병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습관이 흡연과 음주임은 거의 상식화돼 있다.
◆'1급 발암물질' 그래도 드시겠습니까
술을 마실 때 숙취해소 방법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숙취현상이 왜 나타나며 의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올바르게 아는 것이다.
당신에게 "환경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버금가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복제를 방해하거나 활성산소를 만들어 DNA를 직접 파괴하는 1급 발암물질 알데히드를 주면 마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를 승낙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술을 마신다는 것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마시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섭취한 술의 대부분은 체내에 흡수돼 에탄올이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기 때문이다.
술에 포함된 에탄올은 위와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속도가 빨라져 혈중 알코올농도가 빠르게 높아진다. 지방에 흡수되는 알코올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혈중 알코올농도가 더 높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체중이 작고 체내 지방함량이 많아 술에 더 약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더 잘 생긴다.
혈액 속으로 들어간 알코올은 간으로 운반된다. 이어 간세포 안에서는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촉매로 작용해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꾼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아세테이트로 대사된다.
일부는 지방산으로 전환돼 중성지방의 형태로 간에 축적된다. 음주 시 흔히 기름기 많은 안주를 먹기 때문에 간 내 지방이 더욱 늘어난다. 따라서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던 사람도 건강검진을 받아보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겨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을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 필자의 동창을 만난 적이 있다.
담소를 나누던 중 간과 관련된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부고가 날아왔다.
간 보호제는 간세포의 손상을 막고 안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는 금주를 전제로 했을 때 해당된다. 아무리 간 보호제를 열심히 복용하더라도 음주를 지속하면 간은 손상되고 악화된다.
우리 몸 안의 간에서 분비되는 효소인 ALDH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유일한 해독제 역할을 한다. 대체적으로 소주 2~3잔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대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소량의 ALDH만 간에 들어있다.
체중이 70kg이면 한시간 동안 대사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이 소주 한잔 정도에 해당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안면홍조 현상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숙취현상인 몽롱함, 어지럼증, 평형감각 상실, 울렁거림, 구토, 두통 등은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일으킨다.
분해되지 않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많이 남을수록 숙취현상이 심하게 오래 이어진다. 술은 효과적인 용매로 작용해 섭취한 음식물에 들어있는 발암물질도 체내에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석면, 벤조피렌 등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아세트알데히드를 흡입하면 종양이 커진다는 것이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발암물질일 뿐만 아니라 아토피·성인병·노화·치매 등을 유발하거나 가속화시키는 등 인체에 여러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술을 마시는 것은 독을 마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담배 연기에서도 검출된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담배 함유 유해 9대 물질 중 하나로 지정했다. 선진국에서는 담배로 인한 발암물질 순위 2위 및 독성물질 순위 2위에 올라있다.
◆일주일간 소주 7잔, 대장암 위험 60%↑
아세트알데히드는 니코틴 흡수를 높이고 담배의 습관성 중독을 유발하므로 술 마시는 자리에서 담배까지 피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성이 매우 강한 아세트알데히드는 간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떨어뜨리고 세포막을 손상시키며 손상된 세포 내 성분이 복구되는 것을 방해한다.
술을 마실 때 간세포뿐만 아니라 구강점막, 침 등에서도 알코올이 분해돼 아세트알데히드가 만들어진다. 생겨난 아세트알데히드가 간에 남아 간암을 유발하거나 침 속에 생긴 아세트알데히드가 이동하면서 여러 장기에 암을 유발한다.
술이 몸 안에 들어오면 간의 주요 역할인 지방대사 기능이 약해져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지방간이 생겨나고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간염 단계, 간경변증으로 진전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의 5~15%는 간 세포암이 발생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양을 마셔도 더 쉽게 간이 손상되므로 근래 들어 여성의 음주량이 늘어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 하겠다.
또한 음주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농도를 높여 유방암 발생에도 관여하며 소량의 음주도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 대장암의 주요한 원인으로도 술이 꼽힌다. 알코올 섭취량이 하루에 10g 늘어날 때마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9%씩 증가한다. 일주일에 소주 7잔을 마시는 사람은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60%나 높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음주 시 술에 직접 접촉하는 부위인 식도, 구강, 인후두는 발암성분의 자극을 받아 암 세포가 발생할 수 있다. 하루 한잔 정도의 가벼운 술도 식도암은 30%, 구강암과 인후두암은 17%가량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술에 취하지 말고 사랑에 취해보자
사람에 따라서 ALDH의 양과 기능의 한계가 다르다. 즉 알코올 분해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적정 음주량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ALDH가 잘 작동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취기를 느끼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효소의 능력이 특히 낮은 경우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간의 에탄올 분해 능력이 다소 증가하면서 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음주를 지속함에 따라 뇌세포의 신경화학적 변화에 의해 고농도 알코올에 내성이 생기고 정신력에 의해 행동적응을 잘 하게 된다.
즉 술을 마시는 능력이 향상된 것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줄이는 것은 아니며 간 질환 위험은 여전히 높아지고 몸 안 여러 장기들은 계속 손상돼 간다. 따라서 술이 센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술자리를 자주해 음주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서 숙취가 덜해지기를 바라면 안 된다.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술에 취약함에도 음주량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술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이아나 로스가 부른 'Love Hangover'라는 노래가 있다. 1976년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2주간 1위를 차지한 곡이다. 이 노래처럼 몸에 해로운 술에 취하는 것보다는 사랑에 취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