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당시 미국에서 판매되는 오토바이 두대 중 한대는 일본의 혼다제품이었다. 그중에서도 배기량 50cc의 미니오토바이인 '수퍼커브'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혼다제품이 판매되기 전 미국의 거리를 누빈 오토바이는 미국산 할리-데이비슨, 영국의 트라이엄프 등 전부 500cc 이상의 중대형오토바이였다.

이후 미국 오토바이시장에서 영국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떨어졌고 결국 1953년 49%이던 점유율이 20년이 지난 1973년에는 9%대로 추락했다. 이를 지켜본 영국정부는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 영국기업의 추락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BCG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혼다는 자국에서 소형오토바이 생산과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이로 인해 발생한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BCG 보고서는 이후 미국 주요 경영대학원에서 사례연구 및 토론수업으로 활용됐고 혼다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추가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혼다의 성공을 두고 '치밀한 전략'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BCG 보고서 발표 9년 뒤인 1984년, 한 인터뷰를 통해 혼다의 성공전략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다. 맥킨지 컨설팅의 리처드 파스칼이 혼다의 미국진출 당시 사업을 책임졌던 6명의 경영진을 만나 매우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것이다.

혼다 역시 미국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는 중형오토바이 영업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인 대부분이 차를 가지고 있었고 오토바이는 중대형만 팔렸기 때문이다. 혼다는 250cc, 305cc 판매에 주력했고 50cc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판매 초반 주력제품인 중형오토바이에서 기름이 새고 클러치가 고장나는 등 품질에 하자가 계속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영업을 해보지도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에 이른 것.

이때 혼다의 50cc 오토바이에 주목한 사람이 있었는데 미국 소매체인 씨어스(Sears)의 바이어다. 이 바이어는 혼다에 소형오토바이 판매를 제안했다. 당시 50cc 오토바이는 판매하지 않는 상태였고 직원들이 대리점 주변에서 업무용으로만 가끔 이용했다.

혼다는 미국인들이 오토바이를 터프가이의 전유물로 여기는 상황에서 소형오토바이를 팔 수 없다며 거부했지만 곧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를 허락했다. 이것이 혼다 50cc 오토바이 빅히트의 출발점이 됐다. 고도의 전략과 계획으로 판매한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시도가 대박을 친 것이다.

수많은 기업의 성공사례가 연일 소개된다. 대부분은 누구나 수긍할 만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결정적인 이유였을까. 누구나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성공스토리를 듣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핵심이 무엇인지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