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침체될수록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는 시점이 빨라진다. 연말을 맞아 소비심리가 반짝 살아나는 것을 겨냥해서다. 이처럼 연말 소비시즌이라고 하면 대부분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기 쉽지만 11월에 훨씬 큰 소비시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빼빼로데이'로 잘 알려진 11월11일이 그 시작점이다. 국내 유통업계는 연말까지 대규모 할인행사를 이어가면서 소비심리를 살리는 데 안간힘 쓰고 있다. 이마트는 11월 한달 내내 '블랙 프라이데이'를 내걸고 총 3000억원 규모의 할인행사를 연다. 롯데·현대 등 백화점들도 매년 2월께 진행했던 명품세일을 11월 초로 앞당겼다.

솔로데이 매출, 5년 만에 700배 성장

연말소비 특수는 우리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도 그 열기가 뜨겁다. 우리에게는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알려진 11월11일이 중국에서는 1이 네 개나 있다고 해서 '솔로데이'로 불린다. 우리의 빼빼로데이는 젊은 세대들만 열광하지만 중국의 솔로데이는 규모가 훨씬 더 크다. 지난 2009년 솔로데이가 처음 생겼을 때는 불과 27개의 판매자만 참여했지만 이후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치며 최대 쇼핑일로 자리잡았다. 불과 5년 만에 700배 규모로 커진 것이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C2C사이트 '타오바오'와 B2C사이트 '티몰'을 통해 11월11일 하루에만 350억위안(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83%나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래건수 역시 2억건을 넘는 등 대륙의 스케일이 느껴진다.

중국의 솔로데이는 이미 최대 '쇼핑데이'로 자리 잡았고 이젠 글로벌 '세일데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정착시킨 알리바바는 단독 매출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전체 매출의 두배를 자랑한다.

올해에도 반값 이상의 특별할인을 펼쳐 전세계 기업과 소비자에게 알리바바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해는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첫해인 만큼 투자자들은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보다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심지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기간(11월10∼11일) 동안 베이징지역에 내려진 임시휴가로 인해 가정에서 인터넷 혹은 모바일쇼핑을 하는 인구가 작년보다 훨씬 더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나왔다.

최근엔 해외소비자가 중국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 수요가 늘면서 올해 솔로데이 매출은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의 왕위레이 대표는 올해 솔로데이 행사에 중국 이외의 해외기업과 소비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기업은 티몰을 통해 중국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수 있고 해외소비자도 티몰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세계 20개국의 200여개 기업이 이번 할인행사 기간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각국의 물류업체와도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을 기념해 그룹사인 티몰 글로벌, 타오바오 글로벌, 쑤마이퉁, 차이냐오 해외물류, 글로벌 알리페이 등이 함께 글로벌 소비자를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직구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세로 떠오르는 이유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주의의 확산과 물류비용의 감소도 해외직구시장을 부추기고 있다.

해외직구의 시작을 연 것은 아마존·이베이 등 미국의 쇼핑사이트였지만 지난 2012년부터 전체 시장규모는 중국이 미국을 압도했다. 그 중에서도 알리바바는 중국의 온라인쇼핑시장의 80%를 장악한, 한마디로 '글로벌 슈퍼 갑'이 됐다.

 

 

중국 알리바바 사이트 화면 캡처

 
역직구로 돌파구 찾는 국내업체들

국내에서도 해외직구족이 많아지면서 국내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역직구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 역직구란 해외소비자가 국내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사가는 것을 말한다.

한국인의 해외직구 금액은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데 비해 외국인의 한국 역직구 규모는 아직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한국상품을 선호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역직구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 역직구 규모는 3700억원으로 나타났다(산업통상자원부 발표). 기존의 역직구 실적보다 14배나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이번 역직구 규모 파악이 9개 업체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역직구 수요을 잡기 위해 외국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파크INT는 중국 모바일결제시장 점유율 19%를 차지하는 텐페이와 제휴, 중국어 공식사이트를 오픈한다. GS홈쇼핑은 내년 초 GS샵의 영어와 중국어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GS홈쇼핑은 해외고객을 위해 현지에서 배송이 가능한 업체와 제휴를 맺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역직구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요우커(중국인관광객)와 영미권에 사는 해외교포가 타깃이다.

또한 국내기업들은 중국시장을 잡기 위해 알리바바와의 제휴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터파크와 G마켓의 알리바바 티몰 입점을 들 수 있다. 이들 업체는 1차적으로 전세계에 퍼져있는 중국인 및 화교를 타깃으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알리바바의 글로벌화에 발맞추는 것이 목표다. 한국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전세계로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그 결과 국내 홈쇼핑회사들이 성장정체에 대한 우려감으로 증시에서 3개월여간 하락세를 지속한 것과 달리 인터파크INT는 상장 이후 최고가를 넘보고 있다. 이는 해외직구족까지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의 쇼핑데이는 이제 전세계가 주목한다. 지난 9월 중순 뉴욕증시에 첫발을 내디딘 알리바바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투자자들의 중국 사이버쇼핑에 대한 열광을 짐작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기껏해야 1500억달러의 시장가치로 예상됐지만 11월 초 현재 주당 90달러 후반, 시가총액 약 250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월가에서는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알리바바 매출이 늘면서 주당 120달러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독자들의 선택도 명확해졌다. 장사를 한다면 국내고객만이 아닌 해외직구족을 노려야 한다. 중국인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주식투자는 어떤가. 전세계 사이버쇼핑 고객을 만족시킬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