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한진그룹·동부그룹·한진중공업·동국제강·STX그룹·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여러 부실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끝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홍 회장이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부실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그가 정책금융의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부실채권비율, 은행권 최고

홍 회장의 그간 성적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STX그룹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채권이 쌓여 약 1조원의 손실을 냈다. 채권단은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STX조선해양을 놓고 채권단이 모두 4조5000억원을 지원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끝내 STX조선해양이 상장폐지되면서 고스란히 산업은행의 손실로 돌아갔다.

동부그룹 구조조정과정에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동부그룹에 빌려준 1조9000억원 가운데 511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지만 규모는 계속 늘어났다. 동부그룹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시행했지만 산업은행과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실채권비율이 2.28%로 불어났다. 은행권 평균 부실채권비율인 1.53%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KDB대우증권·KDB생명·KDB자산운용·KDB인프라 등의 매각도 진척이 느리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기업의 주채권은행을 맡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특히 조선·건설·해운 등 불황에 시달리는 업종의 회사들을 지원하는 일이 많았다. 부실대출이 자주 발생하면서 산업은행은 자연스레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추가지원에 나서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부실·특혜 대출과 인사개입 의혹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회사에 퇴직 임직원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산업은행 퇴직자 19명이 아시아나항공·STX·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사외이사나 감사 등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 국회에서 지적을 받았다.

특히 STX그룹은 지난 2009년 이후 산업은행 출신 인사 11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이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이 크게 늘면서 특혜논란이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이 STX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 불이행을 알고도 추가 지원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STX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징후가 보였음에도 3000억원을 추가로 대출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또 산업은행은 최근 검찰이 포스코 비자금을 수사하는 와중에도 구설에 올랐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결정이 내려지기 6일 전인 지난 2010년 3월11일 신주인수권 446만주를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에게 주당 9620원에 매각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성진지오텍의 주가가 한창 달아오르던 시기였다. 따라서 주식으로 전환해 보유하고만 있어도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산업은행은 잇단 부실·특혜대출 및 인사개입 의혹에 시달렸다. 산업은행이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은행이 기업대출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일반적인 논쟁이라며 선을 긋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수익성 지키기 위한 깊은 고민

이 같은 상황에서 홍 회장은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지킬 수 있을까. 산업은행은 정부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으로 3년간 15조원의 재정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이 산업은행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이 대상산업에 15조원을 지원하는 데 수반되는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산업은행은 순익규모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당초 목표로 했던 순익 60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2000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무수익 자산의 이자손실 등을 반영하면 지난해 통합산업은행은 1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여건에서 홍 회장은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입게 될 산업은행의 손실부터 줄여야 한다. 특혜나 인사개입 의혹도 말끔히 벗어야 한다. 홍 회장이 마주한 이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프로필
▲1952년 서울 출생 ▲1975년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1975년 2월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 ▲1983년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93년 9월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 삼성카드 사외이사,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회 위원 ▲2007년 2월 제16대 중앙대 정경대학 학장 ▲2010년 9월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위원 ▲2011년 6월 한국연구재단 선임직이사 ▲2012년 8월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2013년 4월 KDB금융그룹 회장 ▲2013년 4월~ KDB산업은행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