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5월4일 기준 국내주식형펀드의 최근 1년 평균수익률은 7.83%다. 같은 기간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27.60%다.
‘메리츠자산운용 환골탈태 사건’의 주역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머니위크>는 지난 1984년 미국의 유명 투자회사인 스커더인베스트먼트에서 월가 최초로 한국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를 만들어 전설이 된, 그리고 우리나라에 돌아와 다시 한번 전설을 쓰고 있는 리 대표를 만나 투자의 길을 물었다.
◇ 수익률과 시장에 신경 쓰지 마라
리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을 맡은 이후 이 회사가 그간 운용하던 펀드를 모두 정리했다. 대신 내놓은 것이 메리츠코리아펀드다. 이 펀드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이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리 대표는 “단기적으로 몇 퍼센트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이 좋은 것은 우리가 샀던 종목의 주가가 운 좋게도 올랐기 때문”이라며 “단기수익률은 언제든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코리아펀드의 승승장구 요인 중 하나로 ‘철학을 함께 공유하는 직원들’을 꼽았다. 리 대표는 “지난 1992년 월스트리트에서 코리아펀드를 만들 때 만난 직원들과 20여년을 함께 일했다”며 “오랫동안 같은 직원들과 호흡을 맞춘 것처럼 주식투자에서도 장기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회사의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주식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실은 도박을 하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돈을 번다고 착각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장기투자”라고 단언했다.
리 대표의 설명을 듣자니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떠올랐다. 버핏은 과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주식에 투자할 때는 장기간에 걸쳐 매수하고 뉴스에서 나쁘게 얘기하거나 주가가 높다고 해도 섣불리 판단해 함부로 팔지 마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리 대표는 “방금 한 말은 경제학 책만 펴도 바로 나온다. 너무 쉽고 간단하며 자주 들을 수 있는 얘기지만 이것이 주식시장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라며 “주식은 사는 거지 사고 파는게 아니다. 주식을 한번 사면 최소 10년, 길게는 자식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좋은 기업 골라 지금 당장 투자하라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달도 쉬지 않고 오름세를 나타낸 국내 증시는 5월 들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1.7% 떨어지며 조정세다. 코스닥지수 또한 2.31% 하락했다.
주식투자를 고려한다면 지금이 좋을까,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을까. 리 대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Act Now”(지금 행동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지금 사는 게 더 저렴하게 살지, 내일 사는 게 더 저렴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주식투자를 언제 시작할지 고민하지 말고 당장 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5% 비싸게 사는 것도, 5% 저렴하게 사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며 “열심히 회사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해서 좋은 회사를 골라 샀는데 가격이 떨어졌다면 기뻐하며 더 사면 된다. 중요한 것은 ‘좋은 회사’를 찾아 꾸준히 계속해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당장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까. 리 대표는 “한동안 시장에서 배당주, 성장주 등 특정 종목군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그런 틀에 갇힐 필요는 없다”며 “주식투자는 동업하고 싶은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주식투자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영진이다. 투자를 결정하는 데 경영진의 도덕성, 능력, 경험, 비전, 철학 등이 70~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이 믿을 만하다면 그 다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보급되며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전면에 부상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변하는 트렌드도 살펴야 한다는 것.
그는 숙박공유 벤처기업인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며 옛날과 지금의 비즈니스모델이 달라졌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기존 산업의 불편·불합리함을 타파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그는 이러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 대표는 투자자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단기가 아닌 장기투자로, 쓰기보다는 모아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좋지 않은 습관을 하나씩 바꾸면서 여윳돈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면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주식투자는 제대로만 한다면 가난의 길에서 부자의 길로 들어서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