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인 사랑스럽고 명랑한 아이들의 모습과 달리 자본주의 논리에 파괴된 가족과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소외계층의 삶, 아이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게 나뉘는 계급 등 영화 전반, 가볍게 보고 넘기기 버거운 상황들로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분당 옆 평당엔 500만원짜리 단독주택이 있을까?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지소(이레)는 동생 지석(홍은택), 엄마(강혜정)와 함께 봉고차에서 지낸다. 아빠가 운영하던 피자집이 망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서 졸지에 길거리로 나앉게 됐기 때문이다. 아빠는 “모든 일을 해결하겠다”며 집을 나간 후 연락도 끊긴 상태.
엄마는 "딱 일주일만 있다가 이사 간다"며 안심시키려 하지만 지소는 이를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소는 자신의 생일이 다가오자 고민에 빠진다. 반친구들을 초대해 생일파티를 해야 하는데 집이 없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던 것.
담임선생님의 “집에서 생일파티 하는 거 싫어해. 꼭 집 자랑하는 거 같잖아. 요즘 집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치“라는 말에 지소의 마음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엄밀히 따지면 이 대사는 현실과 정반대다.
요즘 같이 집값이 비싼 시대에 쥐꼬리 같은 월급을 모아서 빚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탓이다. 내가 사는 집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은행 소유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연히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 벽에 붙여진 광고 중에서 '단독주택 평당 500만원'이라는 글귀를 본 지소는 그 집을 사기로 결심한다. 지소가 “평당이 어디야?”라며 단짝 친구인 채랑(이지원)에게 묻자 “글쎄 분당 옆 아닐까”라고 답한다.
지소와 채랑의 엉뚱한 상상으로 탄생한 가상의 도시 평당. 그곳에 있는 500만원 짜리 단독주택은 동화 속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보다 훨씬 더 허무맹랑하다는 현실에 뒷맛이 씁쓸하다. 실제로 그 집의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한다는 것을 두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때마침 지소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전단을 보게 됐다. 하지만 개는 이미 주인의 품으로 돌아간 뒤였다. 이에 지소와 채랑은 다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세우고 작전에 돌입한다.
◆ '황금알 낳는 거위' 위해 개를 훔쳐야 하는 어른들
영화에는 지소 말고도 개를 훔쳐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지소가 훔칠 개(월리)의 주인이자 레스토랑 마르셀 주인인 노부인(김혜자)의 조카 수영(이천희)이다. 노부인에게서 마르셀을 상속받을 꿈에 부풀어 있는 그에게 월리는 단 하나의 걸림돌이었다.
재개발 단지 한가운데 있는 마르셀을 헐고 빌딩을 세우려는 그의 모습은 동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나오는 주인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충돌하다 결국 답보상태로 빠졌던 재개발 사업의 사례를 보면 주인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모습과 닮았다.
성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기 위해 개를 훔치는 비겁한 행동을 해야만 했다. 현실의 또 다른 성수와 방법만 다를 뿐 이 모습 역시 비슷하다. 동화와 달리 현실에선 뺏지 않으면 빼앗기다 보니 세상 모든 성수의 몸부림은 어딘가 서글프기도 하다.
이쯤 되면 비극인지 희극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이 영화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장면은 단연 노부인의 재무관리를 담당하던 박 이사(이기영)의 사기행각으로 마르셀을 잃게 되면서 온통 빨간 압류딱지가 붙게 되는 장면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인 상황을 고려하면 노부인은 물론 수영의 평화로운 삶마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악한 존재는 개를 훔친 이들이 아닌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현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