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2250만 가구 중 11%(248만 가구)는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빌라)에 거주한다. 아파트(54%)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공동주택 공급과 수요가 아파트로 편중된 건 이유가 있다. 단지 규모와 인프라의 편리성, 자산 가치 등에서 다세대·다가구·빌라를 압도한다. 재테크 목적으로 빌라를 매수했을 때 감가상각을 반영한 건물 가치가 하락해 재매각도 쉽지 않다.
주택용지가 부족한 서울 도심의 특성과 3~5년 이상이 소요되는 아파트 선분양 제도를 감안할 때 빌라는 공동주택 정책의 한 축이어야 한다. 8·13 대책은 아파트에만 편중됐던 주택공급 정책의 초점을 자금 문턱이 낮은 비아파트로도 돌리려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빌라는 아파트의 공사기간 대비 절반 이상 짧은 1~2년 만에 지을 수 있다. 브랜드 아파트 대비 낮은 공사비와 분양가,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주로 후분양을 하기 때문에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정부는 빌라 공급 확대를 위해 건축면적(바닥면적) 제한을 현행 660㎡에서 1000㎡ 미만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건축물 규모를 키워 공급 수를 늘리는 것이다. 단독 등기만 가능한 다가구주택은 3층에서 4층으로, 구분 등기된 다세대주택은 5층에서 6층으로 층수 제한을 높였다. 건설자금 대출금리는 3.5%에서 3.2%로 인하했고 대출한도를 가구당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올렸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가 준공 1년 내의 비아파트를 매입할 때 기존에는 주담대가 금지됐지만 앞으로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이 적용된 주담대를 활용할 수도 있게 됐다.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 거주 목적으로 빌라 매수를 고민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혹여나 발생할 전세사기를 엄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번 8·13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을 위한 각종 금융지원책을 마련했음에도 실수요자들이 빌라를 거주지로 선택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여전히 빌라는 개인 건축주가 사업 주체인 경우가 많다. 건축주가 금융권의 대출이자를 계속 부담하는 대신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으로 공사비를 상환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과거 이같은 구조를 악용해 전세사기가 횡행하기도 했다. 반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승인받아 건설되는 아파트 선분양 사업은 보증 의무와 분양권 심사 등 제도권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전세사기와 같은 범행이 어려워 거주자들이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다.
거주환경 면에서도 빌라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에 비해 열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국은 고민해야 한다. 누수와 결로로 인한 곰팡이 발생은 임대인-임차인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주차장 부족과 시공 하자, 관리 부실 등 불만들도 허다하다. 다수 빌라는 의무 감리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고 감리가 이뤄진다더라도 대규모 아파트와 달리 형식적인 감리로 인한 안전 리스크도 있다. 이같은 불만들이 제도로 적절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빌라 공급대책만으로 주택난을 해소하는 건 어렵다.
법인 주도로 운영되는 강남·서초·용산 등 업무지구의 고가 빌라와 타운하우스는 성공 사례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테라스와 정원, 복층 구조 등 설계기준의 규제가 낮아 개성 있는 주거지로서 고소득층 수요 시장이 형성돼 있다. 빌라 공급대책에서 수요자를 확보하려면 시공 품질의 관리와 공동주택 커뮤니티 강화 등 주거지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완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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