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는 스포티지·쏘렌토 등 SUV 모델을 100만대 이상씩 판매한 기아차가 기술력을 집대성해 지난 2008년 출시한 대형 프리미엄 SUV다. 의미처럼 강하면서도 기술력이 집약된 국내에서 출시되는 SUV 중 가장 비싼 차량이다.
뛰어난 성능을 지녔으면서도 다소 비싼 가격 때문에 출시 초반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입소문과 아웃도어 붐을 타고 지난 2010년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모하비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다음달부터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가 시행되면서 이에 따른 기준을 맞춰야 하기에 내년 초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기아차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고 더 발전한 새로운 모하비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신차 모하비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지만 어떤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는지, 그리고 앞으로 더 발전된 모하비는 어떨지를 기대하면서 시승에 나섰다.
◆ 탱크나 장갑차 못잖은 남성미
지난달 마지막 주말. 푹푹 찌는 무더위에 비까지 더해져 습도가 높았던 지난 25일 모하비를 몰고 서울 광화문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왕복 110㎞구간을 달렸다.
모하비의 외관은 물결처럼 흐르는 듯한 디자인을 통해 세련된 느낌을 풍기는 여타 SUV와는 다르다. 차체를 구성하는 직선과 각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살린 디자인이 군용 장갑차나 대형 트럭에서나 느낄 수 있는 거친 남성미를 그대로 전달한다.
크롬 도금의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정사각형의 사이드 미러는 단순함과 남성미로 대변되는 모하비의 디자인 콘셉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고지대 사막의 이름을 딴 차명과 더없이 어울리는 이유다.
차체가 높지만 오르는 발판이 있어 키가 작은 여성도 탑승이 어렵지 않다. 신장이 170cm인 기자 역시 발판을 밟고 탑승했다. 오르기 편하면서도 자동차가 아닌 탱크나 장갑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밌고 신선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SUV 특유의 넓은 시야가 운전자를 반긴다. 모하비의 차체는 1915㎜로 국산 SUV 중 가장 높다. 높은 운전석에서 주변에 지나가는 차들을 내려다 보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실내는 넓은 공간과 잘 어울리는 원목 무늬 장식이 조화를 이뤘고, 검정색 가죽 시트가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 묵직하고 조용하다
시동을 걸자 묵직하면서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정숙성 면에서는 다른 SUV들이 감히 대적할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이후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가속페달에 발을 얹자 육중한 차체가 물 흐르듯 나아간다. 디젤엔진이 주는 힘이 핸들에 진동으로 전달된다. 핸들감도 가벼워 조작이 용이했다.
속도를 올려봤다. 거칠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엑셀 페달에 대한 반응은 예민하다. 즉각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변속이 마치 중형 세단을 모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자유로에 들어 속력을 올려봤다. 무거운 차체와 이를 능히 감당하고도 남는 3.0ℓ 디젤 엔진은 넘치는 가속감과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고요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6기통 내연기관 덕에 공차 중량 2t이 넘는 육중한 물건이 순간적에 시속 140~150km를 가볍게 치고 나간다. 페달에 발을 지그시 계속 얹고 있으니 시속 190km까지 무리없이 뽑는다. 가속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소음이 크지 않다.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돌때 버티는 힘도 만만치 않다. 'H'빔 형태의 프레임이 바닥에 깔려 있어 일체형으로 제작된 모노코크 바디보다 강성이 좋고 뒤틀림이 적은 까닭이다. 따라서 흔들림이 없고 고속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연비는 다소 아쉽다. 표시연비는 10.7km/L지만 시내 저속주행과 고속주행을 병행한 복합연비는 약 8km/L를 보였다.
◆ 새로운 모하비가 기대된다
모하비는 처음 태어났을 때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또는 너무 크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다. 더욱이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이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차량이었기에 그 아픔은 더했다. 사실 기아차의 브랜드를 건 새로운 대형 SUV 개발에 대한 정 부회장의 노력은 대단했다. 약 2년 5개월의 기간 동안 총 2300억원에 이르는 개발비용을 투입했다.
평소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정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초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해 직접 모하비의 신차 발표회를 주도하며 이 차에 큰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모하비의 판매실적은 몇년간 줄곧 부진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랬던 모하비가 지난 2011년 이후부터 점차 살아나며 이제는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SUV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5년형 모하비는 올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아쉽지만 2016년형 모하비를 기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변하지 않고 기본 틀은 유지하되 연비를 조금만 더 보완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