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 한국여행을 계획했다는 중국인관광객 왕지아오씨. 그는 친구와 함께 명동 관광에 나섰다. 쇼핑 역시 그녀가 계획한 관광코스 중 하나.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가게나 들어가지 않는다. 문 앞에 붙은 조그만 안내판을 확인한 후 가게로 들어서는데 ‘택스프리’(Tax Free) 혹은 ‘택스리펀드’(Tax Refund) 표시다. 왕씨는 “한국산 물건이 싸고 품질도 좋다고 들었는데 중국인 사이에선 저 표시를 확인하고 물건을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쇼핑 팁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후면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상점들이 사후면세점 가입을 적극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명동의 경우 화장품점, 명품점 등 80%가량이 택스리펀드제도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임한별 기자

◆ ‘한류’ 바람 타고 1만여개로 늘어나
최근 면세 및 유통관련업계에 따르면 사후면세제도는 지난 1999년 국내에 도입된 후 2009년을 기점으로 가입점포가 급증한 후 지난해 말 1만700여개까지 늘어났다. 2009년 하반기 중국인의 입국규제 완화로 일본·중국인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면세업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류 확산으로 태국 등 동남아관광객 유입증가도 한몫했다.


사후면세의 가장 큰 장점은 면세혜택이다. 출국장 점포나 롯데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시내면세점에서 면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한 뒤 출국장에서 되찾는 것과 달리 시내에서 물건을 보고 바로 살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관광객 사이에서 사후면세점 선호도가 상승했다.

세번째로 한국여행을 즐기는 중이라는 대만관광객 차이슈오칭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사후면세점에 들러 필요한 제품이나 선물 등을 산다”며 “이번에는 즉시환급제도가 도입돼 그 자리에서 바로 환급받고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먼저 가입방법이 간단하다. 관세청 허가가 필요한 사전면세점과 달리 사업장 소재 관할 세무서에 외국인관광객 면세판매장 지정신청서만 작성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운영상 제약도 사전면세점보다 덜한 편이다.


이에 편의점·대형마트 등이 속속 사후면세점 대열에 합류하면서 사후면세점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는 시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엘에스아이 등 기업형 면세점도 증가세다.

물론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후면세점이 면세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려면 횡포, 탈세 등의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대와 우려 속에 폭풍 성장하는 사후면세점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두가지다. 


/사진=임한별 기자

◆ 첫번째 시선: ‘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보다 낫다?
지난 한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시내면세점 쟁탈전. 면세업이 ‘황금알 사업’으로 알려지면서 유통분야를 좀 안다는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혈투를 벌였다. 하지만 어렵게 쟁탈한 사업권은 불안한 ‘시한부’를 남겼으니 5년마다 면세특허권을 재획득해야 하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새 사업자든 기존 사업자든 5년마다 한번씩 사업권을 ‘지키느냐, 빼앗느냐’하는 기로에 서야 한다.

이에 사후면세점이 재조명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후면세점 규모는 시내에서 운영되는 사전면세점의 3분의 1 수준. 지금까지 뚜렷하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전면세점 특허권 갱신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사후면세점이 각광받는 것. 실제 기업들은 사전면세점보다 사후면세점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사전면세점과 달리 사후면세점은 아직 외국인이 물품구매액의 30~40%만 택스프리를 이용하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활성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후면세제도가 보편화된다면 더 많은 외국인관광객의 소비증가로 우리나라 경제의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런 긍정적 기대에 힘입어 앞으로 사후면세점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임한별 기자

◆ 두번째 시선: 한국을 비호감으로 만드는 전례?
우후죽순 생겨난 사후면세점. 손쉽게 등록이 가능하다 보니 간판만 면세점인 이른바 ‘짝퉁 면세점’도 등장했다. 이들의 수법은 간단하다. 이름도 모를 제품을 수십만원으로 뻥튀기해 파는가 하면 내국인에겐 팔지도 않는 낮은 품질의 제품을 ‘파격 세일’을 내걸고 판매한다. 사후면세점의 난립이 국내면세점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기업형 사후면세점이나 개별상점이 주로 국내 중소기업의 화장품이나 인삼, 홍삼 등의 제품을 취급하는 것을 악용한 사례다.

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화장품이나 홍삼 등의 브랜드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걸 이용한 것”이라며 “국내 저가브랜드 화장품이 다른 이름으로 둔갑해 비싸게 팔리는가 하면 짝퉁 홍삼이 고가에 판매되는 일이 가능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배후엔 여행사와 상인 간 리베이트 영업이 자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각종 부작용을 안고 있음에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제도로는 바가지요금과 각종 문제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별도의 관리감독규정이 없어 생겨난 횡포”라며 “이대로 가다간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사면세점에서 면세업계 주류로 떠오른 사후면세점. 과연 무서운 성장세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킬지, 기존 면세시장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로 전락할지, 답을 알 수 없는 두가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