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시장은 ‘가솔린’ 위주다. 그래서인지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는 ‘미국차=가솔린’이란 등식이 박혔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급격히 디젤로 재편된 국내시장의 흐름에 미국 자동차브랜드 포드가 변화를 꾀했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출시한 디젤세단 ‘몬데오’다. 기존에 들여오던 가솔린모델 ‘퓨전’의 수입을 중단하고 디젤모델인 ‘몬데오’를 대신 출시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 선택은 옳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포드는 처음으로 국내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등 큰 재미를 봤다.


/사진제공=포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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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쿠가'도 포드의 ‘디젤화’ 전략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 기존 모델인 이스케이프와 쿠가의 관계는 퓨전-몬데오 관계와 동일하다. 이스케이프는 한국에 가솔린 소비자가 늘어날 때까지 판매가 잠정 중단된다.
포드는 쿠가에 몬데오보다 더 큰 기대를 거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디젤 세단 판매량이 늘었다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가장’ 눈에 띈 차는 ‘디젤 SUV’였기 때문이다.


◆똑같지만 더 ‘안전’해졌다

이스케이프와 쌍둥이모델이다 보니 외관은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지만 옵션 추가 수준이다. 신차를 시승할 때의 설렘은 다소 반감됐다.

우선 외관은 실제 크기에 비해 크게 느껴진다. 차급을 따지자면 C세그먼트 SUV다. 익숙한 모델을 꼽자면 현대차의 투싼 정도 크기지만 전고가 높아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오히려 한단계 큰 싼타페 수준에 가깝다.


전면부는 엠블럼 양쪽으로 뻗은 얇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아래로 3개로 분할된 대형 그릴, 보닛의 두줄 캐릭터 라인이 개성을 표출한다. 짧은 오버행과 극대화한 휠베이스 때문에 측면부 디자인은 얼핏 ‘미니 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부도 이스케이프와 큰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V자 형태로 구성된 대시보드가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독립성을 강화했다. 다만 운전 시 무릎공간을 다소 침해하는 부분은 아쉽다. 뒷좌석 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C세그먼트임을 고려하면 만족스럽다.

계기판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한글 지원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지만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이기에 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비게이션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다만 스티어링휠 열선이 없고 기어노브가 다소 전면에 배치돼 센터페시아 하단의 버튼 조작에 다소 불편함이 따르는 점은 아쉽다.

다양한 편의사양은 이스케이프에 없던 쿠가만의 장점이다. 먼저 쿠가의 편의장치로는 간단한 발동작을 통해 손을 사용하지 않고 쉽게 트렁크 뒷문을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Hands-free Tailgate), 안내음성과 센서를 이용해 주차를 돕는 자동주차 보조시스템(Active Park Assist) 등이 있다.

안전사양의 경우 스티어링휠이나 가속·브레이크 페달 조작에 개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차선이탈 시 차량이 스티어링휠 조작에 직접 관여해 차선을 잡아준다. 저속에서 충돌위험을 인지해 차량을 정지시키는 ‘액티브 시티 스톱’ 기능 또한 예민하지 않아 사용에 불편함이 없었다.


/사진제공=포드 코리아

◆형보다 잘달리는 아우?
쿠가는 이스케이프와 ‘쌍둥이’지만 출생지가 다르다. 미국산인 이스케이프와 달리 쿠가는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외모는 같지만 결국 ‘전혀 다른 차’인 셈이다.

디젤 차량을 선호하는 기자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주행능력은 이스케이프에 비해 만족스럽다. 차에 처음 올라 가속페달을 밟고 나갈 때의 느낌은 유럽 디젤차와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다소 무겁긴 해도 세단 몬데오의 주행감과 가깝다.

쿠가는 몬데오와 같은 2.0ℓ 듀라토크 TDCi 디젤엔진에 게트락과 포드가 공동 개발한 습식 6단 DCT가 탑재됐다. 제원상 사양은 최고출력 180마력에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하는데 디젤차지만 초반 토크가 강조되지는 않았다. 변속은 변속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지만 최대토크가 2000rpm에서부터 발휘된다. 이는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놓아도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초반보다는 중반 이후의 차이가 더 크다.

디젤차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음과 진동은 무리 없는 수준이다. 오토 스타트 앤 스톱 작동이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쿠가의 진가는 고속 코너링에서 발휘된다. BMW의 Xdrive 만큼은 아니지만 여타 SUV와 비교하면 훌륭하다. 전 모델에 좌우 최대 30%, 후륜 최대 60% 등 가변식 토크 배분을 수행하는 지능형 사륜구동시스템이 적용된 덕택이다. 다만 동급의 이륜구동모델에 비해 연비는 다소 부족하다. 공인 연비는 복합 13.0㎞/ℓ(도심 12.0㎞/ℓ, 고속도로 14.6㎞/ℓ)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뛰어나고 충분히 매력있는 모델이지만 가격대가 다소 높다는 점이 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국내 판매가 시작된 포드 쿠가는 트렌드와 티타늄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며 판매 가격은 각각 3940만원, 4410만원이다.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첨단 안전사양이 추가되는 등 가격인상의 이유는 분명히 있지만 전작인 이스케이프의 가솔린 모델이 3290만원(1.6 에코부스트 기준)부터인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