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민영화냐', '공적자금 회수냐'
정부와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끊임없이 대립했던 논쟁이다.
우리은행은 조기 민영화를 강력히 외치는 반면 정부는 총 4조600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를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은행과 정부가 맞서고 있지만 최근 여론은 조기 민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사이에선 '가격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은행 인수 대상을 적극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은행의 주식이 떨어져 공적자금 회수가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중국자본과 사모펀드의 협상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인수의향을 보이는 투자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등 우리은행 매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은행의 주식을 적정 매각가까지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의 최종 목표는 공적자금 전액 회수다. 우리은행의 미회수 공적자금은 총 4조6000억원으로 원금을 모두 회수하기 위해선 은행 주식이 주당 1만3500원까지 올라야 한다. 현재 우리은행 주식은 8300원 수준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과점주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0여개의 주주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인 4%씩을 나눠 인수하는 매각방식을 유지한다.
현재 금융위는 중동국부펀드와 지분 10% 매각에 실패하면서 또다시 투자자 찾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순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열고 직접 인수 대상자 찾기에 돌입한다.
공자위원회는 이번 우리은행의 투자설명회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투자자가 없다’는 것이 불참이유인데 결국 유럽행 투자설명회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2대주주 역할론 부상
우리은행의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새로운 2대주주의 역할론도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4.30%에 이른다. 2014년말 예금보험공사가 소수 지분을 매각할 때 우리사주조합이 취득한 지분이다.
1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 51%, 2대주주는 국민연금이었지만 지난해 10월 국민연금이 지분을 7%에서 4.9%로 낮췄고 지분 팔기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국민연금은 주식이 오르기만 하면 지분을 파는 탓에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은행에선 이번 투자설명회에서 해외투자자가 새로운 2대주주로 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분을 빼는 국민연금, 우리은행에 종속된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고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 등에 조기민영화를 강력히 요청할 주주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이 은행에 많이 질문하지만 정부가 인수 대상 기준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투자자가 등장하면 은행 매각에 불씨가 되살아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주주가 요청한다고 해서 투자자 선정이 당겨질 문제는 아니지 않냐"며 "공적자금 회수와 우리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새 바이어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제고·민영화 실패시 대응방안도 모색
우리은행은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경영목표는 '강한 우리은행 달성'으로 정하고 ▲시장 우위확보 ▲건전성 제고 ▲핀테크시장 선도 ▲글로벌 진출 확대 ▲생산성 증대 기업문화 조성 등을 5대 세부 경영전략으로 세웠다.
리스크 관리에도 힘쓴다. 지난해 목표이상의 영업수익을 올린 우리은행은 기존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쌓은 만큼 연체율과 부실채권(NPL) 등 건선정지표를 상승시킨다는 계획이다.
23일 노동조합 대의원회의, 24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은행 직원들은 조속한 민영화 추진을 위한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했다. 민영화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대응전략도 모색한다. 정부지분을 최대로 축소하고 독자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대의원회의에서 "은행의 매각 실패시 민영화가 장기표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의 지분을 최대한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2월 행장직을 시작한 이광구 행장의 첫번째 임무는 우리은행의 민영화였다. 이광구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