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났다. 분명히 등교나 회사출근을 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가 더 쌓였다고 호소하는 이가 많다. 서울디지털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의 80%는 설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일반적으로 어머니들은 명절 살림 스트레스, 아버지들은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는데 청년층은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까.
조사결과 청년층은 “취직은 했니?”, “꿈은 뭐니?”란 질문을 받을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다. 이 같은 현실에서 미래의 꿈을 구체적으로 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청년들 스스로 이미 고착화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인 데다 세계경제 역시 장기적인 저성장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앞으로 취직시장에 더 큰 경쟁자가 나타날 전망이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로봇이 그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4차 산업혁명으로도 불리는데 인공지능, 유전학, 나노기술, 3차원 프린팅 등의 기술이 서로 증폭돼 일으키는 새로운 생산체제를 일컫는다.
◆5년 후 510만개 일자리 사라져
로봇이 점차 발달하면서 현존하는 직업 중 대부분이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진행된 2016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5년 뒤엔 일자리 510만개가 없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를테면 컴퓨터프로그램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히트곡을 만들면 작곡가란 직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다보스포럼에서 관리직과 화이트칼라 직종이 육체를 쓰는 블루칼라 직종보다 더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으로 사무·관리직종은 476만개, 제조·생산직종은 161만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노동직업들은 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만 중산층 화이트칼라가 위태로워지면서 경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2의 기계시대>의 저자 앤드루 맥아피 MIT 교수는 기계와의 일자리경쟁에서 고소득 전문직이 가장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부동산투자가 제프 그린은 화이트칼라 중에서도 전문직은 수년간 훈련을 통해 직업을 얻기 때문에 다른 직업으로 유연하게 옮기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고 경고했다.
왜 머리를 쓰는 일이 몸을 쓰는 일보다 더 빨리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걸까. 맥아피 교수는 단순히 지능적으로 똑똑한 로봇을 만드는 일은 쉽지만 지각능력이 한살 아기 수준인 로봇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사람은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면 자연스럽게 얼굴을 감싸는 반사행동을 보이지만 로봇은 그러지 못한다. 일본 혼다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는 계단에서 넘어졌지만 어떤 지각능력도 발휘하지 않았다. 결국 바닥에 로봇의 얼굴이 부딪혀 손상됐다.
영원히 인간의 영역일 것 같았던 관리직도 로봇이 대체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쯤엔 로봇 보스에 대해 험담하는 시대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6년 전망 브리핑’을 통해 2018년까지 로봇 보스의 관리를 받는 노동자가 세계적으로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로봇이 산업 전반에 침투해 급성장하는 기업일수록 3년 내 직원의 절반이 해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가 영역을 넓혀 모바일 기능의 40%에 관여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한 로봇 작가가 광고 카피를 직접 쓰는 등 2018년까지 상업적 콘텐츠의 20%가 기계에 의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단순노동직이 로봇에 밀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우세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 연구팀은 물건 조립 등 단순행동을 반복하거나 타인과 교류할 일이 없는 직업이 곧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보험업자, 텔레마케터, 시계수리공 등 단순 노동 직종이 가장 위태로운 직업군이며 미국에서만 근로자의 47%가 자동화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창의’ 인간·‘능력’ 로봇 협력해야
하지만 로봇이 미래 노동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에 마냥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옥스퍼드대학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협상기술, 상호협력능력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라면 로봇의 위협에도 살아남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의 유망직으로 대인관계 매니저, 전문교육 교사, 스피치 교정가,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을 꼽았다. 게다가 위태로운 직종에서도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계와 로봇의 위협을 경고하는 유명한 미래학자들도 살아남을 방도를 제시했다. 맥아피 교수는 기계가 못하는 활동이 딱 하나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창의성이다. 따라서 창의성을 지닌 인간과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난 기계가 협력한다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의 충격>, <통제불능>의 저자 케빈 켈리는 앞으로 로봇과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보수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시대인 만큼 주식투자에서도 기회를 찾을 만하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자동화와 관련된 전세계 대표적인 회사들을 포함한 ETF가 있다. 현재 미국에 상장된 ‘로보지수’(ROBO Index)는 에어로바이런먼트, 사이버다인, 화낙, 아이로봇 등 15개국 80개 로봇 기업을 아우른다. S&P500이 지난 10년간 누적수익률 67%를 거두는 동안 로보지수는 200% 넘는 누적수익률을 거둔 만큼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ETF보다 개별 주식을 원한다면 인튜이티브서지컬(ISRG)을 주목하자. 수술용 로봇의 선두주자로 미국 외에도 세계적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기업이다. 아쉽지만 한국의 로봇이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수준은 선진국 대비 크게 뒤처진다. 증권업계가 그나마 관심을 두는 종목은 에스에프에이, 로보스타 등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