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폭행 등 재벌가의 ‘갑질 증보판’이 나왔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던 재벌가의 '만행'이 최근 수면 위로 계속 떠올라 귀추를 모은다.
CBS노컷뉴스는 8일 정일선 현대비엔지스틸 사장의 기사 폭행 및 무리한 지시 사례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정 사장의 전 수행기사들을 인용해 정 사장이 수행기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하며 이른바 ‘갑질 매뉴얼’까지 공개했다. 기사들의 적극적인 취재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안이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비서실·운전기사 등 재벌가를 직접 대면하는 직종의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어렵다. 오너가와 관련한 사항은 기업에 가장 민감한 사항 중 하나로 여겨져 기업 차원에서 정보유출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홍보팀 입장에서도 오너 리스크에 대응하고 싶지 않지만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건 안하건 여론은 기업을 향하게 마련”이라며 “기업과 오너를 동일시 여기는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곳곳에서 재벌가의 만행이 보도되며 재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안하무인으로 유명하던 일부 재벌도 경각심을 가지고 수행기사 등을 대하는 행동거지에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논란이 된 정일선 사장도 지난해 9월 공중파 방송에서 재벌가 수행기사들의 폭로가 쏟아진 뒤 폭행만큼은 잦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언론 등을 통한 견제는 한계가 있고 재벌가 모럴해저드를 개선하기 위해선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재벌 오너가의 모럴해저드는 기업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 심각한 오류에서 기인한다”며 “오너가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