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수 없는 중국시장
중국은 2016년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공식화된 이후 한국 단체관광 및 한류 콘텐츠 방영 금지, 한국제품 불매운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반한 감정 확산 등 다양한 보복 조치를 취해왔다. 이에 따라 B2C(Business to Consumer)사업을 전개하는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중국 진출 한국기업은 지난해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경우 1순위 보복 타깃으로 지목되며 중국 현지 매장에 대한 행정조치 등 광범위한 압박으로 1조원을 웃도는 손실을 입고 중국 내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롯데는 중국정부의 몽니로 사업 철수마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사드 갈등 영향으로 중국의 소비재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8%에서 지난해 1~8월 2.9%로 축소됐다. 또 중국의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지난해 1∼8월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 기간 한국산 소비재 수입은 마이너스 4.0%를 기록하는 등 유독 한국만 중국시장에서 고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유통업계 입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다. 지난해 3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56조5590억위안(약 9264조원)이며 1인당 평균 가처분소득은 9.1% 증가한 1만9342위안(약 317만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1년 중국 소비시장 규모가 40조위안(약 6552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많은 리스크가 있지만 중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공포로 잠재시장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은 사드 갈등을 계기로 드러난 중국 소비자의 한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 여부, 브랜드 입지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중국의 무역 무기화 전략에 대비해 항시적인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중국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내 유통업체의 전략은 새로운 해외시장을 모색하는 방안과 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방안 등 두 갈래로 나뉘는 추세다. 롯데는 중국 내 112개 롯데마트와 슈퍼마켓 매각 작업과 함께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중국 외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과 합작해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전자상거래시장에 새롭게 진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롯데첨단소재가 인도네시아 합성수지 생산업체 PT 아르베 스티린도와 PT ABS 인더스트리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화학사업에도 진출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초 현대중공업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 및 농장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극동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상사를 통해 진행하는 이번 계약은 오는 2월 거래가 종결될 예정으로 최종 인수금액은 865억원이다.
다만 롯데가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제과, 롯데호텔, 롯데캐피탈 등 20여개에 달한다. 롯데 측은 이 가운데 롯데마트 외의 다른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내 롯데마트 철수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그 외 다른 사업은 철수 계획이 없다”며 “최근에는 해외진출 다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 점유율 7위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도 지속적으로 현지사업을 전개하면서 아세안, 북미 등 다른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라네즈, 마몽드, 설화수 등 8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에 다양한 혁신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과 중동, 미국, 프랑스 등으로의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인데 중국은 복잡한 정치적 변수가 그대로 적용되는 시장”이라며 “중국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드로 인한 학습효과가 있어 해외시장 다변화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3·4선 도시 집중공략
이 같은 ‘차이나 플러스’ 전략 외에 더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마케팅전략을 재정립해 반한 감정을 극복하며 중국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급속히 성장하는 3·4선 도시, 중국의 소비를 주도하는 신소비층 지우링허우(1990년대 출생자)에 대한 맞춤형 공략, 중국 내 준법경영 정착 등으로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랜드는 중국 1·2선 도시에 밀집된 매장을 3·4선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랜드는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중국 전역에 퍼진 매장에서 제품을 발송해 어디에서나 신속히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포화상태에 이른 1·2선 도시를 3·4선 도시로 대체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 갈등을 계기로 우리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되돌아보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식 전환과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시장 다변화 차원의 차이나 플러스 전략과 함께 포화상태인 중국 1·2선 도시 외 3·4선 도시 및 내륙 소비시장으로 진출하는 ‘차이나 플러스 차이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