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음으로 단결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취임일성으로 ‘중심성성’(衆心成城)을 내세웠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조직화합을 강조한 문구다. 손 행장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채용비리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만큼 내부조직을 추스르고 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제공=우리은행

◆물갈이 인사로 쇄신, 조직화합 중점
손 행장은 지난해 12월22일 취임과 동시에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부문장을 포함한 11명의 부행장 중에서 7명을 교체한 대규모 인사다. 특히 채용비리 논란이 있거나 이광구 전 행장 시절 주요 보직을 담당했던 임원을 물갈이했다. 이 전 행장 라인을 없애고 ‘손태승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임원 수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의 ‘동수원칙’을 지켰다. 수석부행장인 장안호 국내부문장은 한일은행, 조운행 영업지원부문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부행장급 이상 임원은 상업은행 출신이 6명, 한일은행 출신이 5명이지만 손 행장이 한일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

능력과 업무성과를 강조한 인사도 눈에 띈다. 새로 선임된 부행장 7명 중 허정진 기관그룹 부행장(광주상고), 이창재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동대문상고), 정채봉 IB그룹 부행장(목포상고) 등 6명이 상고 출신이다. 부행장 출신지역은 서울(3명), 충청권(3명), 호남권(2명), 영남권(1명)으로 분포했다.

손 행장의 첫 임원인사는 조직화합을 중시한 인사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는 내정자 당시 “(출신은행) 임원동수를 고집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직원들의 갈등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출신 은행별로 고르게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의 업무성과를 인정하는 경영스타일도 드러났다. 손 행장은 평소 꼼꼼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성격으로 전해진다. 그가 재무기획부 책임자 시절 지하철 출퇴근길에 매일 공부를 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같은 지하철에 탄 금융당국 임원이 손 행장의 모습을 보고 소문을 내면서 지금까지 ‘모범선배’로 불린다.

또 손 행장은 이광구 전 행장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도 다른 임원들은 서서 보고하는데 혼자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황당한 후배임원'으로 소문났다. 통상 임원들은 업무보고 시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하기 마련인데 당시 손 부문장은 업무성과 발표에 열중해 일어나는 것을 깜빡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프닝이지만 상사에게 잘 보이기보다 업무성과로 인정받으려는 그의 성향이 드러났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계파와 관계없이 능력 위주로 실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원칙을 세워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는 조직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해외진출 광폭행보, 지주사 전환 과제
손 행장의 첫 경영행보는 글로벌인프라 확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전문가로 알려진 그가 직접 글로벌부문을 챙기면서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올 1분기에는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글로벌네트워크를 5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해외진출 핵심거점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점포를 확대한다. 또한 독일법인을 설립하고 인도 영업본부의 법인전환과 M&A를 완료할 예정이다. 폴란드지점 개설과 멕시코법인 설립도 올해 마무리하기로 했다.

손 행장의 계획대로면 우리은행은 국내은행 중 해외네트워크를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된다. 국내에서 은행 순이익 1~2위를 다투는 신한은행(150개), 국민은행(143개)과 견줘도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우리은행은 해외부문 순익을 발판 삼아 글로벌은행 23위에 올라설 방침이다. 지난해 말 해외부문 순이익인 2000억원을 2020년 5000억원까지 끌어올려 3년 뒤에는 전체 순익의 30%를 해외이익에서 얻을 계획이다.

손 행장의 최종 경영목표는 금융지주회사 전환이다. 우리은행이 완전한 민영화에 성공하려면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탄탄한 실적이 요구된다. 

지난해 3분기 우리은행은 누적 순이익 1조3785억원을 기록해 9개월 만에 전년 연간 당기순이익을 넘어섰다. 올해는 정부의 각종 금융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실적 호조행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기업가치 제고도 손 행장의 경영과제로 꼽힌다. 우리은행 주식가치는 지난달 12월 말 기준 1만5700원으로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요건인 1만5000원을 웃돈다. 손 행장이 주식가치를 올려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다행히 분위기는 좋다. 지난해 말 국회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시 정부의 지분매각에 따른 징벌과세를 없애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을 가로막던 세법개정안(이중과세)이 통과돼 지주사 전환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앞으로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 전환 시 은행과 자회사의 지분이 새로 설립되는 ‘우리금융지주’에 귀속된다. 주식 전환과 이전 시 발생하는 양도세는 제외돼 세부담이 줄었다.

우리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민영화 2기 수장으로 등장한 손 행장이 민영화 불씨를 살려 우리나라 첫 금융지주의 영광을 재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필
▲1959년 광주 출생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한일은행 입행(1987년) ▲전략기획부 팀장 ▲전략기획부 부장 ▲LA지점장 ▲우리금융지주 상무 ▲관악·동작영업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글로벌그룹 그룹장 겸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글로벌부문 부문장 겸 글로벌그룹 부행장 ▲우리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