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대건설에게 올해는 자존심 회복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황금기를 이끈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정수현 사장이 물러나고 재무통으로 불리는 박동욱 신임 사장이 대표이사에 부임해서다. 박 신임 사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현대건설도 더 큰 도약을 향한 기로에 섰다. 수장이 바뀐 현대건설이 과연 4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까.
◆3년 연속 1조 클럽에도 울상, 왜?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16조8544억원, 영업이익 1조119억원, 당기순이익 3743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현대건설의 실적은 업계 최초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는 등 겉보기에는 빈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매출은 전년 18조8250억원 대비 10.5%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조1590억원 대비 12.7%, 당기순이익은 7317억원 대비 48.8% 하락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뿐만 아니라 4분기 실적도 기대 이하다. 지난해 4분기 매출 4조2638억원을 올려 전년 5조3108억원 대비 19.7% 하락했고 전 분기(4조2431억원) 대비로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04억원을 올려 전년 3187억원 대비 30.8%, 전 분기(2811억원) 대비로는 21.6%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38억원을 기록해 전년(2726억원) 대비 98.6%, 전 분기(1111억원) 대비로는 96.6% 떨어졌다.
수치상 실적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지며 우려를 더했지만 현대건설 측은 지난해 해외 건설경기 부진 속에서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등 선방했다고 설명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환 관련 평가 손실 반영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6%대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환 관련 평가손실 반영이라는 예상 밖의 암초에도 현대건설의 자신감은 넘친다. 현대건설의 자신감은 수주에서 나온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국내 주택사업 수주 증가와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발전소 항만공사, 카타르 알부스탄 도로공사 등을 수주해 전년 말 대비 2.3% 상승한 21조71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7.2% 상승한 70조6087억원의 수주잔액을 유지해 약 4.2년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 중인 점도 자신감의 근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풍부한 해외공사 수행 경험과 기술 노하우로 해양항만, 가스플랜트, 복합개발, 석탄발전, 송·변전 등 기술적·지역별 경쟁력 우위인 공종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무통 박동욱 사장의 무거운 어깨
수익성 위주의 실적 달성을 자신한 현대건설의 올해 수주 목표는 지난해보다 10.1% 증가한 23조9000억원, 매출은 4.4% 증가한 17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8.7% 증가한 1조1000억원이다.
현대건설이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박동욱 신임 사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후배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용퇴한 정수현 전 사장의 뚜렷한 족적을 넘는 것이 관건이다.
정 전 사장은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2011년 6월부터 6년7개월 동안 현대건설 사장직을 수행했고 올 초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상근고문에 임명됐다. 그는 업계 최고령 CEO 임에도 발로 뛰는 현장경영으로 현대건설을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시킨 주인공이다.
정 전 사장이 업계 최장수 대표이사직을 역임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한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으로 현대건설은 2013년 7040억원에 머물던 영업이익이 이듬해 17.8% 반등했고 2015년 건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뒤 지난해까지 두 번 더 영업이익 1조원을 넘었다.
정 전 사장이 이룩한 실적만 놓고 본다면 3연임을 해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박동욱 카드를 꺼냈다.
현대건설 대표이사 지휘봉을 잡은 박 사장은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99년 현대자동차로 옮겨 재무관리실장(이사), 재무사업부장(상무), 재경사업부장(전무)을 거쳤다. 2011년 4월 현대건설로 돌아온 뒤에도 재경본부장(전무)을 거쳐 2012년 부사장직에 오르는 등 재직기간 내내 재무관련 업무를 도맡은 재무통으로 통한다.
그의 당면 과제는 정 전 사장의 업적을 넘는 일이다. 현대건설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속적인 원가절감 및 재무구조 개선으로 2016년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15.6%포인트 개선된 144.2%, 지불능력인 유동비율은 전년보다 3.8%포인트 증가한 170.9%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다. 지난해 부채비율 역시 전년 말보다 25.1%포인트 개선된 119.5%, 유동비율은 전년 말보다 10.7%포인트 개선된 181.4%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는 정 전 사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의 결과로 풀이되는 만큼 재경본부장을 지낸 박 사장에게는 뛰어넘어야 할 큰 도전과제다. 재경본부장 시절 박 사장도 회사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해외공사 수익 정상화 등에 기여한 만큼 현대건설을 지휘하며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4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