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채용비리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신입행원 채용에 고위 공직자, 내부 임원, 계열사 지인, 우량 고객 등과 관련된 이른바 ‘VIP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전 은행권을 상대로 채용비리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국민, KEB하나, 광주, 부산, 대구은행 등 5개 은행이 특정인에게 불법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고 검찰은 해당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 채용비리사태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취업준비생들은 ‘금수저’를 특별채용했다는 원망을 쏟아내고 정치권은 채용비리에 개입한 당사자는 물론 경영진까지 해임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해 “우리사회의 일류대학 카르텔(담합)을 얼마나 더 공고히 하려고 이런 작태를 벌였는지 개탄스럽다”고 일갈했다.
은행권의 채용비리사태는 이제 사회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 취준생에겐 무기력함을 안겨주고 은행 직원들 간에는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금융환경으로 치열해진 영업경쟁 속에서 특정인의 승진인사를 돕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권이 어쩌다 불신 금융회사로 전락했을까.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1897년 한성은행(현 신한은행 전신)을 시작으로 120년 동안 발전했다. 한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카드사태 등 시련을 겪고 글로벌 금융회사와 견줄 만한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3조3119억원을 기록해 최초로 3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은 2조9179억원으로 바짝 따라갔고 하나금융은 2조368억원, 우리은행은 1조5121억원을 달성했다.
몸집은 수조원대로 커졌지만 기업의 기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인사채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매년 시중은행장이 경영목표로 내세우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도 민망할 정도다.
3년 전 우리나라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중 ‘금융시장 성숙도’에서 87위를 기록해 우간다(81위)보다 여섯계단이나 뒤처졌다.
금융 종사자들은 관치와 정치권 개입을 의미하는 정치, 노조가 경영에 개입하는 노치 등 이른바 3치(治)가 금융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았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채용비리사태를 보면 그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듯하다.
투명한 인사시스템은 기업의 지속성장 요건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선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채용기준, 인사방침을 펼쳐야 미래 성장동력과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채용비리사태는 이미 벌어졌다. 은행권이 이번 기회에 인사시스템을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으로 개선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오명을 벗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