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를 골자로 한 보유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다주택자를 비롯한 투기수요 규제에 방점을 두면서 정부의 압박 강도는 더 세졌다. 서울 인기지역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를 통해 총 5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강화된 다주택자 옥죄기
특위는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재산세(지방세)와 종부세(국세)의 역할 구분을 위한 세율체계 및 과세방식을 개편할 방침이다. 보유세는 부동산 자산이 있다는 사실 자체로 담세력을 인정하는 세금이다. 대표적으로 재산세와 종부세가 있다.
하지만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세금을 매기는 종부세 개편으로 가닥이 잡혔다. 전체 부동산 보유자가 과세 대상인 재산세를 올리면 조세 저항이 따를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날 제시된 5가지 대안은 ▲토지·주택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연간 최대 10%포인트씩 100%까지 상향 ▲주택 종부세 최고세율을 현행 2%에서 2.5%까지, 토지 종부세 현행 종합합산 대상 토지분 기준 세율을 0.75∼2%에서 1.0∼3.0%까지 상향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과 동시에 세율도 인상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차등과세 강화 ▲과표구간 조정·3주택 이상 추가과세 등이다.
◆종부세 강화 이유는?
특위가 당초 예상대로 보유세 강화를 제시한 배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낮다는 판단에서다.
최병호 특위 조세소위원장(부산대 교수)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방향’을 발표하며 2015년 우리나라 부동산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부담률이 0.15%로 OECD 13개국 평균 0.33%의 절반 이하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로 OECD 평균 1.09%보다 낮았다. 반면 같은 해 우리나라의 총 조세수입 대비 보유세 비중은 3.0%로 이 역시 OECD 평균인 3.15%에 못 미쳤다는 게 최 위원장의 설명.
최승문 조세재정연구원도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낮고 거래세 부담이 높은 점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2016년 조세부담률은 18.5%로 OECD 평균인 25.0%보다 크게 낮지만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은 4.3%로 OECD 평균인 4.5%보다 약간 낮다고 주장했다.
최병호 조세소위원장은 집값 대비 보유세가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부동산값 상승 대비 낮은 세 부담 증가율로 수직적 형평성이 저하됐다고 주장한다.
◆세부담 증가에 다주택자 울상
종부세 개편안 첫번째 대안에 따르면 현재 80%인 주택과 종합합산토지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10%포인트씩 2020년까지 100%로 상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별도합산토지의 공정가액비율은 그대로 유지하고 세율과 과세표준도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했다.
종부세는 주택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된 과세표준에 맞는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개편안대로 공정가액비율이 올라가면 종부세 납세자들의 세부담은 늘어난다.
특위에 따르면 공정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경우 주택 종부세 납세자 27만3000명과 토지 종부세 6만7000명 등 총 34만10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시가 10억~30억원 1주택자의 경우 최대 18%의 세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10억~30억원 다주택자는 12.5~24.7% 세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비율을 90%로 상향했을 때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는 내년 예상세수(1조9384억원) 대비 1949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100% 비율을 적용하면 종부세수는 연 3954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유 자체가 부담… 관망세·거래절벽 전망
보유세 인상에 따라 주택시장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소유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양도세 중과보다 더 큰 부담으로 여겨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금리인상, 입주물량 증가 악재까지 겹쳐 매수자 관망세는 더 짙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강남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최근 인기지역으로 급부상한 ‘마용성’ 역시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보유세 인상은 갖고 있는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이어서 투자자들에게는 양도세 중과보다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금리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 리스크가 몰려 있어 집값 하락에 대한 무게가 더 커지므로 보유보다는 매도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신중한 입장도 있다. 이날 공개된 시나리오가 일종의 중장기적 권고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세법개정안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주택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종부세 증세 대상이 다주택자에게만 집중된다면 시장 급랭 가능성이 낮다”며 “양도세 중과에 금리인상까지 겹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조정대상지역 거래는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급락보다는 약보합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