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최저임금 인상,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벨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0조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머니S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자영업자를 만났다.<편집자주>
/삽화=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자영업자 죽이는게 소득주도입니까?."
대구에서 13년 동안 남성의류 전문점을 운영한 이모씨(49·남). 그는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임대료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경제)정책을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 종로에서 5년 동안 B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한 정모씨(남·46)는 "배달 때문에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며 "치킨 한마리를 팔아도 본사에 5000원 이상의 재료비를 주고 배달업체에 배달비 4500원을 준다. 또 배달앱에 15%의 수수료까지 주면 남는 것은 2000원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7일 충북에서 만난 슈퍼마켓 주인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14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했다는 그는 "5~6년 전에는 과자·음료를 사는 학생, 채소나 달걀을 사는 주부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머니S가 일주일간 만난 자영업자 20여명은 '경기가 어떻냐'고 묻는 질문에 대부분 '울고 싶다'고 답했다. 식품·의류·유통 등 영세상공인들은 인건비가 더 올라가면 망할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쉽게 뽑지 못하니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자영업자들 중 '직원을 줄였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이상이었다.
◆통계자료에서도 증명된 '비극'
/사진=뉴스1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개인사업을 시작한 인원은 110만726명. 반면 같은 기간 83만9602명의 개인사업자가 문을 닫았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은 76%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 동안 개인사업자의 단순 폐업률(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은 평균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후 1년 동안 생존한 기업형 사업체(2인 이상)의 비율은 79%로 알려졌다. 다만 창업 5년 뒤 생존한 비율(5년 생존율)은 3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50대 생존율이 30대 미만 생존율보다 약 2배 높았으며 남성 기업가 생존율이 여성보다 5%포인트 높았다.
지난 5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0% 감소하면서 4월(-0.9%)에 이어 두달 연속 줄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4년(2015년~2018년 1분기) 서울 소규모 상가 평균임대료는 13.1% 올랐다.
또 지난 3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체 중 77.5%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됐으며 앞으로도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80%를 넘었다. 종업원수도 평균 31.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6월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서도 음식·서비스 관련직에서 올해 1분기 구인인원과 채용인원은 지난해보다 각각 7.9%, 9.8% 줄어들었다. 기업형이 아닌 동네 골목에서 느낀 밑바닥 실정은 이 같은 통계 숫자보다 더 심한 셈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배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사진=임한별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인데, 속도가 맞지 않아 돈이 돌기 전에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서민경제에 돈이 돌게 하는 정책을 끊임없이 추진할 것이고, 그래서 저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해 끊임없는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에게 돈이 돌도록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답변과 달리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배려'를 외쳤다. 업종별 차등화를 도입해 상인들의 눈높이를 맞춰달라는 주장이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이하 전편협) 공동대표는 "현재의 최저임금도 버거운 상황에서 또다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다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영세소상공인들이 범법자와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를 재논의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에서 치킨집을 운영한 박모씨(남·51)에게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바라는 것'을 묻자 '정책의 눈높이'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고 (최저임금을) 올렸으면 항목별로 나눠 보다 세부적으로(국민을) 책임져야 한다"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였는데 왜 지금은 듣지 않는 것 같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벽까지 떨어진 자영업자들. 이들을 구제할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는 "최저임금과 같은 결과변수를 조정하는 것이 문제"라며 "상황을 보고 (경제악화의) 원인이 될 만한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평등'이라는 구실로 무작정 정책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이전소득을 늘리는 것만이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아니다"며 "국민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을 줄여주면 그만큼 소득 보전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지금까지 얘기해 왔는데 이 상태로는 3%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기업, 규제, 투자 활성화 쪽을 추진하지 않으면 어려운데 정책 핵심 라인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정책 기조가 변화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