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57·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7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키코(KIKO) 관련 판결에 유감을 표하면서 "사건 처리와 관련해 누구에게도 지시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키코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경영자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 판결을 했던 저로서 그분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선고하지 않았던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2011년 5월 중장비 제조수출업체인 수산중공업이 "부당한 키코계약으로 입은 손해를 물어내라"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는 키코분쟁에 대한 항소심 첫 판단이었다.
최근에 키코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정부 운영 협력 사례로 언급돼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을 위한 BH설득방안'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며 특정 판결들을 기재했다. 이 중 키코 사건은 이 후보자가 한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례가 적혀있다.
이 후보자는 "(판결 당시) 재판거래 의혹이 전혀 없는 시점이고 사건 처리와 관련해 어느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한 적 없다"며 "순수하게 민사사건 원칙과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법원행정처나 법원장 등으로부터 키코 재판 결론과 관련한 요청을 받은 적 있냐는 물음에도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자는 "키코 사건은 200건 이상의 소송이 있었고 개별 사건마다 회사 사정과 키코계약 체결 경위가 다 다르다"며 "소송 이외의 다른 요소를 갖고 판단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적힌 법원행정처 문건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알지도 못하는 보고서이고 그 내용은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또 협력 사례로 함께 언급된 KTX해고승무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판결에 대해선 "아직 수사 중이어서 말하기 적절치 않지만 사실이라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그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동료나 후배들이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부당한 간섭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