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 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간 스마트폰은 터치스크린, 생체인식, 듀얼카메라 등 각종 신기술을 품으며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행보는 파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리, 빅스비 등 인공지능(AI) 플랫폼은 아직 제기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며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한번도 그 모습을 바꾸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화면이 커지고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는 것이 ‘혁신’의 전부라고 비아냥댄다. 등장 초기 신기종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스마트폰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다. 최근 몇년 사이 ‘혁신의 부재’가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다.
◆현실로 다가온 ‘가설’
2017년 하반기부터 줄곧 제기된 스마트폰의 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설로만 제기되던 ‘접을 수 있는’(폴더블) 스마트폰이 실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지난해 10월 말 중국의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인 로욜은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7.8인치 고해상도 화면에 앞면 뒷면 접힌 부분에서 서로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욜 측은 “20만번 이상 스마트폰을 열고 닫아도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전문가들은 불편한 사용자환경(UX), 대량생산 가능 여부 등의 이유를 들어 “진정한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의 타이틀을 달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로욜의 깜짝 발표가 단순히 자사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약 일주일 후인 11월7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나센터에서 ‘삼성개발자콘퍼런스 2018’(SDC 2018)을 열고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스마트폰 완제품을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접었다 펴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같은날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적용될 ‘원 UI’도 함께 선보이며 기대감을 배가시켰다.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는 “앞으로 몇달 안에 대량생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9년) 상반기에는 무조건 출시할 것이다. 내년에 100만대 이상을 생산할 것”이라며 폴더블폰 출시를 구체화했다.
◆“효율성이 시장 좌우할 것”
폴더블폰은 차세대 기술인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핵심으로 가장 큰 기대요인은 폼팩터의 변화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은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형태가 바뀐 스마트폰은 태블릿PC의 장점과 스마트폰의 휴대성을 동시에 갖게 된다.
형태의 변화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생산성도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되는 기능은 멀티태스킹이다. 멀티태스킹은 동시에 여러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화면을 좌우로 분할해 왼쪽 화면으로는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오른쪽 화면으로는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과거 스마트폰에서도 멀티태스킹은 활용할 수 있었지만 화면의 크기가 작아 한계가 있었다.
장점 못지 않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폴더블폰의 크기와 무게가 먼저 발목을 잡는다. 폴더블폰은 접었을 때 두께가 10㎜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마트폰의 두께가 약 7㎜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1.5배 가깝게 두꺼워지는 셈이다. 이는 휴대성을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무게도 300g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160~170g의 스마트폰보다 2배가량 무거워진다. 이는 폴더블폰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구성 문제도 폴더블폰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 한사람이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횟수는 150회다. 1년이면 5만5000회에 달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폴더블폰의 디스플레이는 20만번가량 사용할 수 있다. 단순 계산했을때 폴더블폰은 3.6년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추세가 고가의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점에 비춰봤을때 3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다.
이에 비해 가격은 지금의 고가 폰보다 비싸질 전망이다. 폴더블폰에는 새로운 기술이 다수 탑재돼 가격이 더 오른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로욜 플렉시파이의 경우 출시 가격은 1290~1864달러(약 144만~209만원)다. 고가 논란을 불러온 아이폰XS가 999~1349달러(약 112만~151만원)라는 점과 비교했을때 25% 이상 오르는 셈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2년이 더 지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조사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폴더블폰 시장규모는 올해 100만~300만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에는 5000만대 이상으로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지만 전세계 스마트폰이 15억대에 달하는 점에 비교했을때 많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업계는 포화상태에 다다른 스마트폰시장이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의 출시로 다시 한번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은 올해 중 폴더블폰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스마트폰 제조업계 관계자는 “약 10년 만에 스마트폰의 형태가 바뀌는 것은 시장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새로운 단말기가 얼마나 효율성을 갖추느냐에 따라 폴더블폰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3호(2018년 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