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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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의 자산증가 속도가 매년 둔화되면서 덩치도 위축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변경을 앞두고 긴축경영에 들어가면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던 과거의 경영전략은 후순위로 밀린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는 무리한 외형확대보다 내실을 다진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보험사의 체질개선 과정은 저축성보험 판매억제, 약정금리 인하, 보장축소 등이 꼽히는데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단순히 내실관리 차원이 아니라 어려워진 보험업황과 전망을 반영하는 셈이기도 하다.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 전까지 성장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경된 회계기준에 적응되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산증가율, 4년새 4분의1 토막

생보사 24곳의 지난해 9월 말 총 자산 규모는 850조853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2% 증가해 2013~2014년 말 증가폭 대비 5분의1토막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근 5년간 자산증가율은 ▲2013~2014년 말 10.8% ▲2014~2015년 말 9.5% ▲2015~2016년 말 7.9% ▲2016~2017년 말 6.5%로 해마다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이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는 등 외형 확대보다는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둔 영향으로 분석된다.


IFRS17의 핵심은 보험부채가 지금의 원가평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뀌는 것으로 저축성보험 매출은 부채로 인식된다. 저축성보험 판매로 받은 보험료 수입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이어서 매출이 아닌 부채라는 의미다. 부채의 증가는 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져 그만큼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유상증자나 채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발행이 대표적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것도 저축성보험 판매를 억제한 이유 중 하나다. 저축성 상품은 고객에게 약속된 이율을 더해 만기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상품판매 당시 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이자율차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과거 판매한 7~8%대의 고금리 상품 비중이 높은 생보사는 이미 이차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다.

2012년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생보사가 즉시연금 판매 중단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시연금은 보험료를 한번에 납입(일시납)한 후 다음달부터 정해진 이율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당시 금리는 4% 내외 수준이었는데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75%임을 감안하면 가산금리를 더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금부터 6~7년 전에 판매한 상품도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다.

자료: 생명보험협회 / 단위: 조원
자료: 생명보험협회 / 단위: 조원
◆수익성 저하… 금리상승도 부담
지난해는 많은 생보사가 저축성보험 판매를 억제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 모습을 보였다. 2017년 말 대비 지난해 9월 말 10%대 자산 증가율을 보인 곳은 연금보험만 판매하는 IBK연금보험(14.3%)과 온라인 전업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52.5%), 지난해 PCA생명과 합병한 미래에셋생명(18.4%) 등 3곳뿐이다.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K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 일부 중견·중소보험사는 2013년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기도 했지만 단기 판매에 그쳤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에 비해 사업비 책정비율이 낮아 일시적으로 순익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 온 생보사는 리스크가 덜하지만 저축성 중심의 영업을 펼친 곳은 성장통이 불가피하다. 생보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위험률차손익(사차익), 이자율차이익(이차익), 사업비차손익(비차익)으로 구분되는데 사업구조를 바꾸는 과정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은 초기 사업비 규모가 커 영업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므로 비차익 수익성이 떨어지고 저금리의 장기화로 투자이익률마저 부진한 상황이다. 저축성상품을 새로 개발해 판매할 경우 약정금리를 현 수준보다 낮게 잡아 이차익을 낼 수 있지만 현 시점은 저축성 판매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 사차익은 시간이 지나야 반영이 되는 부분이어서 단기적인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도 단기적으로 부담 요소다. 금리 상승기에는 보유하고 있는 채권가치가 하락해 자본인정규모가 축소될 여지가 크고 이는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산운용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자본관리가 시급한 현재로서는 부담이 크다.

◆IFRS17 적응시 정상궤도 오를 것

금융회사는 건전성 관리에 최우선을 둬야 하는 만큼 내실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지만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상반된다.

체질개선 과정은 저축성보험 선택의 폭 축소, 보장성보험의 예정이율(예상 운용 수익률) 인하에 따른 보험료 인상, 보장 축소 등을 의미한다. 예정이율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하반기부터 2.5~2.6%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예정이율이 오르면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는데 아직까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시장금리를 올렸지만 올해 업계가 보험료 인하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

IFRS17 도입 시기는 2022년으로 당초보다 1년 연기됐다. 대부분의 생보사는 이미 정해진 대응 방안이나 전략대로 움직일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는 일부 생보사는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대응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올해를 기점으로 마무리되고 내년 시뮬레이션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보완점이 확인되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회계기준 변경 직전까지 체질개선을 위한 성장통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IFRS17 도입 시기를 전후로 옥석이 가려지고 바뀐 회계기준에 적응이 되면 이에 맞춘 상품개발 등으로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건전성 저하 등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는 일부 생보사의 경우 1년의 시간을 번 셈이어서 보다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