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23일 구속심사를 받는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조사한 범죄사실은 40여개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차성안(42·35기) 판사 뒷조사 등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해 청와대 통한 헌법재판소 압박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 사건 개입 ▲법원 공보관실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14일, 15일 등 3차례(조서 기준 2회)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가 없던 12일, 17일에도 검찰에 출석해 조서 열람을 꼼꼼히 하며 방어 논리 구축에 집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만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명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 법관이다.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98년부터 11년 동안 검사로 재직하다 2009년부터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전담 재판부가 증설되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명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수사팀을 이끌어온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와 연수원 동기로 양 전 대법원장과는 사법연수원 기수로 25년 후배이기도 하다. 헌정사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명 부장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됐던 박병대 전 대법관(61·12기)도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시간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받는 혐의가 방대해 구속 여부는 23일 늦은 밤 또는 24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