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증권가/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지난해 증권업계 실적이 큰 폭의 변동성을 겪은 가운데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증권사가 있는 반면 매출이 줄어도 수익률은 개선된 곳도 있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증권사별로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교체되는 등 위기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메리츠·삼성, 실적개선 ‘최고'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중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를 제외한 8개 증권사는 지난해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15% 이상 변동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업황이 급격히 악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실적이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8개 증권사 중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은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매출액이 13조315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9.29%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15억원으로 18.5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8.66% 줄었다. 이는 직전 사업연도와 비교할 때 트레이딩 수익 감소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도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29.5%, 13.43%씩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0%, 32.59%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파생상품 등의 금융자산평가, 처분이익이 증가하며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파생상품 등의 평가 및 처분손실이 발생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KB증권은 하반기 국내외 증시침체에 따른 S&T부문 손실 증가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은 매출액이 76.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8.51% 줄었다. 이는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업황부진으로 인해 PI 부문에서 54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반대로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해 실속을 챙긴 증권사도 있다.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지난해 매출액이 각각 3.2%, 28.6% 씩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6%, 28.9%씩 늘었다.

NH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수료와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IB수수료 등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고 증권여신 및 예탁금 관련 이자수지가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리테일 및 IB 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눈에 띄게 개선된 곳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삼성증권은 매출 규모와 수익률 모두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65% 급증하고 영업이익도 20%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도 매출액이 9% 늘고 영업이익은 27%로 확대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기업금융(IB), 트레이딩 등 전 사업부문의 실적이 고루 증가한 덕분이고, 삼성증권은 수탁수수료 등 수수료 수익 및 금융상품 운용수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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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교체로 위기관리 대비
대형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엇갈린 가운데 위기대응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CEO가 교체된 곳도 많다. 공교롭게도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회사의 CEO가 주로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기준 상위 10개사 중 CEO가 교체된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장수 CEO였던 유상호 전 대표를 정일문 사장으로 교체했고, KB증권도 업계 최초의 여성 CEO인 박정림 대표와 IB전문가인 김성현 대표를 새롭게 선임했다.

두 회사는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KB증권은 올해 단기 어음발행업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KB증권이 단기 어음 발행을 인가받을 경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3번째 사업자가 된다.

영업이익이 20% 가까이 감소한 미래에셋대우도 조웅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김상태 IB1 부문 대표를 IB총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연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곳은 하나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진국 사장의 임기가 오는 3월까지다. 이 회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 사장의 연임여부를 결정한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연임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실적을 놓고 보면 하나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 모두 현재 CEO의 연임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로 1600억원 규모 소송에 피소된 상태다.

한편 올해 신임 CEO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증권업황 침체 우려는 지난 1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다시 유입되면서 일부 완화된 상태다. 특히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낙폭이 과도했던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 주도주가 급등하는 등 투자심리가 회복됐다.

아울러 최근 화두가 된 증권거래세 폐지가 증권업황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거래세만 인하되거나 폐지되기는 어렵다. 거래세가 조정되면 양도세가 단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며 “이는 개인투자자 비중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증권거래세 인하는 일평균거래대금 및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