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직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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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정체기에 놓인 보험업계에서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의료원에 따르면 진료를 받고 실손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계약자는 전체 계약자의 14.6%였다. 이들은 ‘소액이라는 이유(90.6%)’와 ‘귀찮다는 이유(5.4%)’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험사가 지급한 실손보험금이 7조5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원 넘는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

보험업계는 IT 업체와 협업해 더 편리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인프라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대부분 실손보험금은 청구는 팩스나 어플케이션(앱)을 통해 청구할 수 있다. 업계는 간단한 본인인증 후 외래 진료서를 휴대폰으로 찍어 보험사 앱에 등록하면 입력한 계좌로 보험금이 이체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어플리케이션만으로 사진을 찍어 보험금을 청구하는 현재 방식도 충분히 간편하다”면서도 “상당수 보험사는 병원 및 IT업체와 협업해 계약자가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진료를 받은 즉시 보험금을 청구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사진=뉴스1
자동차보험./사진=뉴스1

◆보험과 기술 결합한 ‘인슈어테크’
최근 자동차보험에 인슈어테크 도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슈어테크(Insure-Tech)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기존보험 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개인 맞춤형 보험계약부터 앞서 언급한 간편한 보험금 청구까지 인슈어테크는 보험 상품 전 과정에 걸쳐 적용된다.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K텔레콤은 2016년부터 내비게이션 앱 T맵에 탑재한 ‘운전습관 서비스’를 통해 주행 습관을 점수로 계량화해 알려준다. DB손보와 KB손보는 T맵 운전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500㎞ 이상 주행 시 안전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몰이에 성공했다.

한화손해보험이 SK텔레콤, 현대차 등과 출자해 추진하는 인핏손해보험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차보험 출시를 계획 중이다. 일명 ‘우버마일’로 불리는 이 상품은 자동차의 실제 주행거리에 비례해 매달 보험료를 정산한다. 고객은 가입 첫달 보험료만 내고 다음 부터는 주행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내면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연간 주행거리를 계산해 냈던 보험료 일부를 돌려주는 ‘마일리지 특약’보다 할인율이 최대 2배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인슈어테크 보험 상품은 빅데이터 분석 정보를 활용해 고객에게 적정요율 및 최적 보험료를 제공한다. 축적된 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보험사기성 활동이나 의심행위를 적발할 수 있어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도 막는 1석2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은 지난달 신년간담회에서 “보험모집과 상품개발, 손해사정 등 보험업계 전반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혁신 서비스를 개발·제공해 보험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보험업계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기둔화 등으로 신규 가입자가 줄어 정체에 빠져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올해 보험업계 수입·원수보험료 증가율은 0.80%로 전년도 보다 0.38% 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 수입·원수보험료는 각각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성장세를 나타내는 수치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한 자본 확충 부담도 보험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IFRS17은 보험 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꿔 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 부실 보험사가 되지 않기 위해 보험사들은 대규모 자본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위기를 맞은 보험시장에서 생·손보업계는 인슈어테크를 해결책으로 꼽고 있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생명보험 시장은 가구당 가입률이 86%에 달해 이미 포화상태”라며 “인슈어테크를 통한 혁신적 상품·서비스 공급은 보험산업의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도 “기존 사업방식의 혁신적 변화로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등산하는 시민들./사진=뉴스1
등산하는 시민들./사진=뉴스1

◆걸음마 단계 기술력… 성장성 ‘충만’
다만 해외 인슈어테크 시장에 비해 국내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인슈어테크 발전과 보험회사의 역할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인슈어테크 투자는 2012년 3억7000만달러에서 2017년 22억1000만달러 6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투자에 관한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해외의 인슈어테크 시장은 이미 보험회사가 금전적 보상을 넘어서 계약자에 대한 종합적인 위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고객에게 운동과 음식 섭취에 관한 조언을 해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자동차에 장치를 장착해 운전이 불안정할 때 마다 경고를 해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계약자의 위험 통계 노력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건강증진형 상품이 있지만 상품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삼성생명, AIA생명 등 몇 개의 보험사에서 관련 상품을 선보였지만 걷기나 달리기를 이용한 상품에 국한돼 있다.

◆발목 잡는 규제부터 풀어야

보험업계에서는 인슈어테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개발상품에 제약하는 규제가 너무 많다는 시각에서다.

현재 보험업법에서 열거하는 보험회사의 업무 영역에는 건강보험의 건강관리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는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에 필요한 의료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강력한 규제 탓에 보험회사도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법 등 관련 규제를 해소해야만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업계 입장을 반영하듯 현재 보건복지부도 관련 법 유권해석을 진행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헬스케어 보험상품(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은 초기단계”라며 "리스크 통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 보험사가 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도록 관련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