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사진=임한별 기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사진=임한별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댓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70)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1일 정치관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구속영장을 발부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애초에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 선언을 했고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국군통수를 보좌하고 각 군을 지휘·감독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데도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과 공모해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결과적으로 지시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의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정당 및 정치인의 자율경쟁을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및 사이버사령부 수사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로,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신규채용에 대한 직권남용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령부를 직접 지휘·감독했다"며 범행에 관여한 정도가 깊다고 봤다. '북한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부대원의 신분을 감춘 채 정부와 대통령, 여당에 유리하도록 정치 편향적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다"며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의 댓글작전은 정치관여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사진=임한별 기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사진=임한별 기자

재판부는 2013~2014년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 정치 관여 범행을 수사하자 김 전 장관이 축소수사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군이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진상이 드러나는 건 안 된다'고 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어 "이에 따라 조사본부는 판단과 어긋나는 내용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사를 조작할 목적으로 한 행위를 단순한 의견 제시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 당시 신원조사 대상자가 아닌데도 1급 신원조사를 시행하게 한 혐의에 대해선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면접에서 특정 지역(호남)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이 이를 직접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6월 항쟁 이후 명문화된 규정으로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데도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건 헌법을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이고 수사를 방해한 건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꾀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선고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소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현 자유한국당)을 옹호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글 1만2000여건을 온라인에 작성·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며 김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앞서 기무사 대원들에게 온라인에서 정치 관여 글을 작성하게 하는 등 김 전 장관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에겐 지난 19일 징역 3년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