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포켓몬GO’가 열풍을 끌 때까지만 해도 증강현실(AR) 게임이 대세가 될 것만 같았다. 드디어 우리나라에 차세대 게임콘텐츠가 뿌리내리나 싶었다. 어쩌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위주의 모바일게임이 AR로 재편될 것이란 기대감이 깊어졌다.
그러나 2017년 포켓몬GO가 한국에서 정식 출시된 후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울산, 속초 등 일부지역에 한해 이용했을 당시의 희소성과 간절함이 해소된 탓일까. 포켓몬GO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길거리 곳곳을 비추던 문화는 자취를 감췄고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남았다.
| 포켓몬고. /사진제공=나이언틱 |
포켓몬GO의 흥행으로 ‘크레용팡’, ‘뽀로로GO’, ‘스페셜포스 AR’ 등 관련 기술을 활용한 게임개발도 활성화됐지만 트렌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포켓몬GO의 흥행은 포켓몬스터 지식재산권(IP)의 힘으로 귀결됐고 AR콘텐츠의 경쟁력은 의문으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켓몬GO 개발사 나이언틱은 AR을 기반으로 한 ‘해리포터 : 마법사 연합’을 한국시장에 출시했다.
◆해리포터, AR 만나 기진맥진
나이언틱은 2010년 구글 내부 스타트업기업으로 시작해 2015년 독립법인으로 성장했다. 인그레스와 포켓몬GO 등 위치기반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며 전세계 게임시장에 존재감을 알린 기업이다.
포켓몬GO의 전작 인그레스는 철저한 AR기반의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인라이튼드(계몽군)와 레지스탕스(저항군)의 두 진영이 나뉘어 각지에 흩어져 포털쟁탈전을 벌인다. AR기반의 콘텐츠인 만큼 포탑이 설치된 곳으로 직접 이동해 공격이나 점령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이미 인그레스로 쏠쏠한 재미를 본 나이언틱은 닌텐도로부터 IP를 받아 개발한 포켓몬GO로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글로벌 유저들이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오가며 소통하는 것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나이언틱의 다음 타깃은 해리포터였다.
해리포터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흥행작이다. 원작 소설은 물론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총 8편이 영화로 제작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IP다. AR콘텐츠 개발력을 갖춘 나이언틱은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을 자신 있게 선보였다.
존 행키 나이언틱 대표는 “해리포터 : 마법사 연합에 지난 7년간의 AR기술과 리얼월드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집약시켰다”고 말하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부적 자신감과 달리 국내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해리포터라는 글로벌 IP와 AR콘텐츠의 만남은 유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출시 당시 SK텔레콤이 합세해 게임 이용시 발생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전국 4000여개 매장을 요새로 만드는 공동마케팅을 펼쳤지만 유저들의 움직임은 요지부동이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기록은 각각 260위와 110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는 331위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경우 같은 기간 500위권으로 밀려나 순위 측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사진제공=나이언틱 |
◆물리·문화적 특성의 한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의 부진은 크게 AR의 한계와 IP 특수성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AR콘텐츠는 특정한 지역에 배치된 콘텐츠를 직접 비춰가며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시야가 스마트폰에 국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행인과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가상의 콘텐츠가 차도에 배치될 경우 사고에 노출된다.
이는 시장과 골목이 많아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모호한 국내 지형의 특성을 배려하지 못한 개발사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포켓몬GO가 잘 알려진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포켓스탑을 배치했음에도 안전성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AR이 가진 시야의 한계는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다.
IP의 넌센스도 AR콘텐츠가 극복해야 할 변수다. 포켓몬GO는 원작의 유명세를 차치하더라도 수집을 부르는 캐릭터만의 고유한 매력이 강점이다. 팬덤문화에 강한 국내 유저들의 취향을 고려하면 아무리 잘 알려진 IP라 할지라도 마니아층이 견고하지 않을 경우 순식간에 외면받을 수 있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켓몬GO의 흥행 요인을 살펴보면 포켓몬스터라는 원천 IP에 대한 호응일 뿐 AR기술에 대한 호기심은 아니었다”며 “AR기술을 기반으로 실사 배경에 가상의 콘텐츠를 집어넣는 기술은 스마트폰이 처음 나올 당시에도 구현됐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포켓몬GO의 흥행으로 들떴던 게임업계는 해리포터 : 마법사 연합의 부진을 보면서 또 한번 고민에 빠졌다. 유망산업으로 분류되며 게임과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AR기술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아이템이나 특정 캐릭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는 일회성 콘텐츠 또한 AR게임이 성장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중소개발사 관계자는 “수집으로 느끼는 희소성의 재미도 크지 않은 데다 특정 장소로 이동하는 물리적 피로까지 겹치면서 AR콘텐츠 개발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고 있다”며 “5G가 지금보다 한층 빠르고 전국적으로 상용화된다고 해도 AR게임이 가진 기능적 한계와 부족한 콘텐츠 확장성 때문에 개발사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