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사실상 중단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오는 10월부터 다시 시행키로 하자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치솟는 아파트값을 잡고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지만 오히려 기존 아파트값이 오르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감지된다. <머니S>는 여기저기 뒷말이 무성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정부의 집값 안정화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또 공급축소 우려·반사이익 기대감 등 각종 실효성 논란도 짚어봤다. <편집자주>
분양가상한제, 로또아파트 잡을까-하] ‘쇼크’에 빠진 강남 재건축 현장
강남 재건축이 뿔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맞닥뜨려 공급일정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정부의 아파트값 규제 칼날이 항상 강남을 향한 데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아파트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돼서다. 강남 재건축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 은마아파트 뒤로 보이는 래미안 대치팰리스. /사진=김창성 기자 |
◆규제+규제… “사방이 막혔다”
“아마 제가 다음 생에 태어나도 은마아파트는 그대로 있지 않을까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 A씨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몇년 동안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된 게 대체 뭐가 있느냐며 이제는 거의 포기하기 일보 직전 이라고 토로한다.
그의 허탈한 웃음에는 이유가 있다. 도무지 재건축 추진의 앞날이 보이지 않아서다. 서울시의 층수제한 규제에 막혀 몇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데다 이제는 분양가마저 제한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A씨는 “재건축을 포기하고 이사 간 이웃을 여럿 봤는데 차라리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나도 팔고 나갈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며 “벽에 금간 아파트에서 사는 기분은 입주민이 아니면 모른다”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A씨와 같은 생각이다. B씨는 “길 건너 래미안 대치팰리스나 인근 개포동의 새 아파트를 보면 부러울 따름”이라며 “더 일찍 재건축을 추진했더라면 지금 상황과 달라졌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고 아쉬워했다.
씁쓸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이들의 고민은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추진 단지에까지 여파가 미쳐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방안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 ‘최초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일원화된다.
|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 걸린 이주 안내현수막. /사진=김창성 기자 |
기존 시행령은 정비사업의 경우 지정 효력 발생 시점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로 하고 있어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와 철거를 진행 중인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라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 지정효력 적용시점이 조정됐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해 후분양으로 전환한 뒤 시세 상승으로 ‘로또 아파트’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은마아파트는 아직도 구체적인 재건축 로드맵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갈수록 사업 추진을 막는 규제만 더해져 혼란이 가중됐다.
◆“정부 규제는 재산 강탈 행위”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시행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도 직격탄을 맞고 멘붕에 빠졌다. 이미 이주까지 완료하고 분양을 앞둔 시점이라 충격은 더 크다. 조합원들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방침에 “재산 강탈”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둔촌주공은 재건축 건립 가구수가 1만2032가구로 일반분양만 4787가구다. 강남권인데다 지하철 9호선(둔촌오륜역, 보훈병원역)과 5호선(둔촌역) 등과 맞닿은 트리플 역세권에 속해 올해 분양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다.
현재 전체 164개동 중 60개동이 철거된 상태고 계획대로라면 9월 관리처분 총회, 10월 관리처분변경인가를 마치고 11월 이후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승인을 받기 전이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3800만원대로 예상했는데 정부의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서울시 최근 1년간 평균 수준인 2600만원대로 떨어질 경우 일반분양 수익은 1조45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본다. 조합원들이 정부의 규제에 “재산 강탈”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 둔촌주공 철거현장에 조합원이 걸어 놓은 현수막. /사진=김창성 기자 |
실제로 최근 찾은 둔촌주공 철거현장에는 정부의 규제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여기저기서 문의가 빗발쳐 북새통을 이뤘다”며 “조합조차도 아직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섣불리 상황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총 사업비만 10조원에 달하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도 사면초가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오는 10월부터 이주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일부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게다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도 당장 10월부터 시행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하면 2017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연달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조합원 1인당 분담금도 수억원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D씨는 “눈앞에 이주 날짜를 받아 놓은 단지까지 싸잡아 규제하면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지 않냐”며 “모두가 분노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대책을 내놓지 못할 만큼 상황이 복잡하다”고 한숨지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