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를 흠모한 정구 선생의 발자취 아련
| 회연서원 뒤 양정소 전경.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증산면 수도리에는 인현왕후길 외에 김천과 성주를 잇는 무흘구곡(武屹九曲)도 있어 걷기여행객들을 반기고 있다. 주희를 흠모하는 조선의 유학자들은 앞다퉈 구곡을 열었다. 조선 중기 영남학계의 대표적인 학자인 정구도 주자의 무이구곡처럼 무흘구곡을 경영했다. 무흘구곡을 걸으며 도학의 세계를 조금 엿볼까 한다.
| 인현왕후길 안내도.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인현왕후 3년 머문 청암사, 인현왕후길
인현왕후길은 인현왕후가 3년을 기거하던 청암사 주변 수도산 자락에 있다, 청암사는 비구니 절이다. 수도리 마을을 지나 잠시 동안 가파르게 마을길을 따라 올라간다. 적당히 숨이 찰 때면 딱 그만큼의 거리에 수도암 삼거리가 있다. 여기서부터 9㎞의 본격적인 인현왕후 숲길이 시작된다. 길에는 인현왕후가 걸으면서 사색했음직한 글과 그림이 놓여 길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 무흘구곡의 9곡 용추폭포.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다시 출발지점으로 가기 위해 산과 계곡을 따라 오른다. 옥동천 계곡은 깊고 수량도 풍부해서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다. 깊은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우르릉 커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데 그곳이 바로 무흘구곡의 폭포 용추(龍湫)다.
◆무흘구곡과 정구 선생
| 용추폭포 계곡을 잇는 구름다리.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용추는 구곡의 마지막이다. 수도리에서 흘러내려오던 옥동천이 급전직하 굉음을 낸다. 물은 하얀 포말로 부숴지며 사방으로 비산한다. 용추의 시원한 냉기는 피서 인파를 불러 모았다.
| 7곡 만월담.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7곡인 만월담(滿月潭)은 와룡암에서 1㎞ 남짓 내려와 있다. 만월담에서 옥동천을 따라 2.8㎞ 내려가면 6곡인 옥류동(玉流洞)이다. 대가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대가천을 흐르는 맑은 물과 너럭바위들이 펼쳐진다. 솔숲이 우거진 계곡, 홀로 우뚝 솟은 옥류정 정자의 풍광은 아름답다. 6곡에서 9곡을 품은 김천의 무흘구곡은 5곡부터 성주로 절경을 넘긴다.
◆벼슬을 버린다… 성주의 무흘구곡
| 4곡 선바위.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우뚝 솟은 절묘함의 4곡 선바위와 3곡 배바위(무학정)를 뒤로하고 2곡인 한강대(寒岡臺)로 향했다. 한강대는 대가천의 맑은 물이 모여 연못이 된 곳이다. 정구 선생이 들린 절벽이기도 하다. 최근 세워진 한강정 뒤로 절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연못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바위에 새겨진 글자도 보여 멀리 연못을 바라보던 정구 선생이 떠올라 조용히 흉내를 내어본다.
| 회연서원.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트스 |
정구 선생은 용추에서 구곡을 완성시키고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구곡이라 하여 고개를 돌리고서 다시 탄식하노니/ 이내 마음 산천만을 좋아한 게 아니로세/ 샘의 근원에는 절로 형언 못할 묘리 있어/ 이를 버려두고 어찌 천지를 찾으리”(九曲回頭更喟然 我心非爲好山川 源頭自有難言妙 捨此何須問別天)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