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본사. /사진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사진제공=대웅제약

국내 제약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이 크게 엇갈린 가운데 몇몇 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이은 신약개발 실패 소식에 꽁꽁 얼어붙었던 제약·바이오업계에 원부자재 값, 마케팅·연구개발(R&D) 비용 등의 상승으로 상장 제약사 70곳 중 절반이 적자를 기록한 반면 수출판로를 개척했거나 자체개발 신약을 보유한 회사들은 두각을 나타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상장 제약사 70곳의 매출은 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8000억원 규모로 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5% 감소한 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70개사 중 절반이 넘는 39개사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거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체 제품에 해외진출효과 ‘톡톡’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미국시장에 출시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올 상반기 매출 5563억원, 영업이익 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54% 늘었다. 나보타는 미국 진출 첫 분기인 2분기에 매출 230만달러(약 28억원)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물론 계열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이며 대웅제약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지만 나보타가 선진시장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웅제약의 바이오의약품 전문업체 한올바이오파마는 상반기 매출액 543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7.8%가 늘었다. 2017년 기술 수출한 바이오 신약(HL036·HL161)의 마일스톤 기술료가 유입돼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령제약 사옥. /사진제공=보령제약
보령제약 사옥. /사진제공=보령제약

보령제약도 고혈압 신약 ‘카나브’가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큰 폭의 수익을 견인했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은 24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8억원으로 59.9% 늘었다.
수익률을 끌어 올린 일등공신으로 자체개발한 고혈압약 ‘카나브’ 패밀리(카나브·듀카브·듀베로·카나브플러스)가 꼽힌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원료부터 생산, 유통, 판매를 일원화시켜 매출이 늘수록 원가절감효과가 커진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나브 패밀리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한 약 380억원을 기록했다.


카나브에 이어 직접 생산해 마진율이 높은 갤포스, 맥스핌 등의 매출도 함께 늘어 원가절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7년 60%가 넘었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59.0%로 낮아졌고 올해 전반기에는 56.3%로 떨어졌다. 2분기 기준으로는 55.5%다.

◆ 손실은 R&D·판관비 탓

일찌감치 해외시장 수출판로를 닦은 제약사들은 수익을 내는 반면 일부 제약사는 R&D비용 증가 등의 여파로 손실을 내면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상위사들의 ‘실적 쇼크’가 두드러졌다.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수출 성과를 낸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등의 영업이익이 악화됐다. 단계적으로 유입되는 마일스톤 규모가 적은 데다 일회성 단기 수익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6억7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급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지만 R&D투자비가 그만큼 늘었고 ‘센스데이’, ‘삐꼼씨’ 등 일반의약품 관련 광고비 지출이 급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JW중외제약도 R&D투자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사례에 속한다. JW중외제약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해외수출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하고 판매관리비는 1.4% 줄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으나 R&D투자비가 24% 늘어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절반이 적자… 제약사 실적 희비 가른 '이것'

셀트리온은 R&D투자에 이어 직판체제 구축, 미국진출 준비 등으로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셀트리온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미국, 네덜란드 10개국에 해외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도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이 4567억원으로 1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07억원으로 27% 줄었다.
제약·바이오기업의 상반기 성적표에 대한 관련업계의 분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지난 3년간 급성장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수익성 측면에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약이나 복제약 중심으로 영업하던 제약사들이 최근 R&D에 집중하면서 수익성 악화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업체마다 판관비 등 고정지출을 줄이고 신제품과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에 기대를 거는 시선도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상반기 실적만 보고 수익성 하락을 일률적으로 논하기는 어렵다”며 “임상시험 발표 등 하반기 이슈의 성패가 제약·바이오업계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