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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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연루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승마지원과 승계청탁 부분에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선고받음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지리한 재판과정을 밟아야 하는 만큼 경영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파기환송심에서 작량감경(정상에 특히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는 때 법관이 형량의 절반까지 감형)이 이뤄질 수 있어 여전히 집행유예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재수감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경영이 이어지겠지만 총수가 있을 때와 부재일 때의 투자환경은 사뭇 다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돼 재판을 받던 2017년 삼성은 눈에 띄는 투자나 인수합병(M&A)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2017년 11월 딥러닝 기술 기반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한 정도 외엔 눈에 띄는 실적이 없다.

직전년도인 2016년에 9조4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하는 등 6건의 크고작은 투자를 진행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인다. 이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 당시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윤부근 부회장(당시 사장)은 ‘IFA 2017’ 행사에서 “앞으로 3~5년 뒤 만들어야 할 비전과 그 목표에 가기 위한 구조 재편과 M&A 등이 스톱돼 있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부재로 인해 최근 AI사업과 관련한 M&A가 성사 막판 단계에까지 갔다가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또한 “선단장이 부재중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선단장 없이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게 외부에서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고 반도체 사업이 잘되고 있으나 이 부회장의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해 복귀한 지난해부터 투자는 크게 급증했다. 스페인의 네트워크 트래픽·서비스 품질 분석 전문 솔루션기업 지랩스 인수를 시작으로 독일의 스타트업 베리미 지분 양수, 이스라엘 소형 반도체칩 개발 스타트업 윌롯에 3000만달러 규모 파이낸싱, 당뇨병 관리 플랫폼 스타트업이 조성한 펀드 참여, 캐나다 몬트리올 핀테크 스타트업 ’모비웨이브’ 펀딩 참여 등 글로벌 투자를 이어갔다.

또한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18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 중 연평균 43조원씩 총 130조원을 국내에 투자해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을 적극 육성하고 4만명을 직접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들어서는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2030년까지 133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이는 국내 다른 대기업의 투자규모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의 투자전략도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1위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투자나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며 “오너십을 중심으로 성장한 삼성이 투자 동력을 잃게 될 경우 삼성을 넘어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해 파기환송심에서 합당한 판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