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부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사진=로이터
토트넘 홋스퍼 부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사진=로이터

RCD 에스파뇰과 사우샘프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2014년 5월 토트넘 홋스퍼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토트넘 구단 역사를 바꿀 만한 중대한 일이었다.
루카 모드리치와 가레스 베일을 연이어 떠나보낸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좀처럼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포체티노 체제가 구축된지 2년 만에 리그 3위에 오른 토트넘은 꾸준히 상위권 자리에 오르며 ‘별들의 전쟁’에 나섰다.

미국 현지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2014년 5억1400만달러(약 6016억원)였던 구단 가치는 5년 만에 16억2400만달러(약 1조9015억원)로 급증했다. 세계 축구 구단 중에서는 9번째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유스 출신인 해리 케인을 비롯해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손흥민, 얀 베르통언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토트넘은 성적까지 뒷받침되며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매 경기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의 토트넘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열정보다 무력감이 느껴졌으며 포체티노 감독은 이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다. 리그 성적은 곤두박질쳤으며 각종 대회에서 충격적인 패배들이 이어졌다.

가장 최근 경기인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모처럼 대승을 거두며 한숨 돌렸다. 하지만 불안 요소들이 여전한 만큼 힘든 시기가 계속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포체티노도 인정한 위기… 축적된 문제 드러나다

토트넘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왓포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에서 답답한 경기 끝에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번 시즌 왓포드가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었던 만큼 기대 이하의 결과였다. 경기 막판 VAR 판정 끝에 인정된 델레 알리의 득점이 아니었더라면 승점 1점조차도 가져갈 수 없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포체티노 감독 역시 이례적인 발언을 남겼다. 현지 매체 ‘미러’에 따르면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기력과 성적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축구에서 결과는 항상 같았다. 난 47세이며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경질 위기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이어 “축구는 항상 오늘의 승리와 관련이 있다. 어제 일어난 일들은 지나가버린다. 감독은 항상 이겨야 한다. 우린 때때로 지나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린 오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고충 토로는 여름 프리시즌에서도 나왔다. 지난 7월 포체티노 감독은 “내 직책명을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 나는 선수의 상황과 관련해 아는 것도, 맡은 부분도 없다. 전술은 결정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본인이 그저 ‘코치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선수 영입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그동안 토트넘은 숙원이었던 신 구장을 짓기 위해 무려 10억파운드(약 1조 5144억원)를 사용했다. 대출금 총액만 6억3700만파운드(약 9645억원)에 달한 만큼 다른 부문에서의 지출을 아껴야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토트넘은 지난 시즌 단 한명의 영입 없이 시즌을 보냈다. 부작용은 곧바로 나타났다. 시즌 중반 케인과 알리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토트넘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선수진이 얇은 만큼 이들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았다.

선수들도 여러 대회를 병행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때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리버풀을 추격했던 토트넘은 부진을 거듭했다. 리그 마지막 12경기에서 3승 2무 7패로 크게 부진했다.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가려진 참담한 성적이었다.

주급 등 여러 요인으로 주축 선수들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팀 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실제로 지난 시즌 이적을 추진한 에릭센을 비롯해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얀 베르통언 등은 재계약 체결이 불투명하다. 케인은 이런 상황을 두고 “팀을 떠나려고 했던 선수들이 남은 가운데 경기장에서는 누구든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자료='스카이스포츠'
/자료='스카이스포츠'

한편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2015-2016시즌 평균 24세282일로 EPL 내에서 가장 어린 선수들로 팀을 꾸렸던 토트넘은 이번 시즌 8라운드를 기준으로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27세243일로 올라갔다. EPL 내에서 5번째로 나이가 많은 팀이 된 것이다.

풍부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전방 압박은 포체티노 감독의 축구 철학과도 같다. 그러나 상대적인 노쇠화에 선수들의 의욕상실까지 겹친 토트넘은 이 같은 스타일을 살릴 수 없는 팀이 됐다. 상대방이 진영 40미터 내에서 세 차례 이하의 패스를 주고받게 만드는 압박 횟수는 지난 시즌(13.2회)에 비해 2.7회나 줄었다(10.5회). 

압박의 빈도수가 줄어들면서 상대 팀의 파이널 서드에서 볼을 따내는 횟수도 자연스레 감소했다(4.00개 → 2.88개). 팀의 장점이 옅어지는 상황에서 선수진 개편의 필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야심차게 영입한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지오바니 로 셀소와 라이언 세세뇽은 부상으로 경기 출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필드로 향하는 '원정 최약체', 대승 분위기 이어갈까

챔피언스리그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토트넘은 10라운드에서 리그 선두 리버풀을 만난다. 여기에 이번 맞대결이 ‘원정팀의 지옥’ 안필드에서 열리는 만큼 토트넘에게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안필드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구축 중인 리버풀은 홈에서 리그 44경기 연속 무패(34승 10무) 행진을 달리고 있다. 반면 토트넘은 최근 원정에서 열린 리그 10경기에서 2무 8패로 최악이다.

현재 9경기 동안 3승 3무 3패 승점 12점으로 7위에 그친 토트넘은 승점이 절실하다. 15위 에버튼이 승점 10점을 기록 중인 만큼 이번 경기에서 패한다면 하위권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좋지 못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위태했던 포체티노 체제가 종언을 고할 수도 있다. 대승의 분위기를 타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리버풀을 상대로도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토트넘의 힘든 상황에서도 분투 중인 해리 케인(왼쪽)과 손흥민. /사진=로이터
토트넘의 힘든 상황에서도 분투 중인 해리 케인(왼쪽)과 손흥민. /사진=로이터

다행히 토트넘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지난주 로 셀소와 세세뇽이 팀 훈련에 복귀하면서 경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 부상 복귀 이후 이전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알리 역시 최근 폼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케인과 손흥민의 존재감도 토트넘에게 큰 힘이다. 최전방에서 고군분투 중인 케인은 올 시즌 12경기 동안 9골 1도움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후방까지 내려와 연계 플레이까지 펼치며 중원의 부족한 창의력을 보완하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키 패스(평균 1.6개)와 드리블 성공(2.1개) 부문에서 모두 팀 내 1위를 기록 중인 손흥민 역시 팀 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즈베즈다전에서는 케인과 함께 멀티골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토트넘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두 선수의 활약 여부가 리버풀전의 결과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