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이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올 초 노조파업으로 내홍을 겪었던 노사관계를 회복하고 탄탄한 경영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뚝심 있게 디지털 경쟁력을 높인 점도 연임결정에 톡톡히 기여했다. 최근 허 행장은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가상이동통신망(MVNO)서비스 ‘리브 M’을 출시하며 혁신금융 대전환을 선포했다. 허 행장이 경영 1기에 ‘영업통’의 면모를 보였다면 2기에는 디지털금융을 강화해 ‘혁신금융’의 선두주자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제공=KB국민은행 |
◆영업실적‧디지털 성과… 연임 확정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은 당기순이익 1조3501억원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허 행장이 취임하기 전 2017년 상반기 1조2092억원에서 1409억원(11%) 증가했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는 신한은행(1조2818억원)을 제친 기록이다.
분기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1분기 57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데 이어 2분기(7323억원)와 3분기(7016억원)의 경우 각각 7000억원을 상회하는 호실적을 냈다. 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출신인 허 행장이 영업에 집중해 저금리 환경에서도 실적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한 허 행장은 취임 이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맞춰 영업점의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고 전 직원 복장자율화를 실시하는 등 보수적인 은행의 문화를 바꿨다. 특히 본점 임원실과 부장실은 유리벽을 이용해 개방형 공간으로 바꿔 이목을 끌었다.
올해 1월에는 성과급 지급 문제로 총파업에 돌입한 노조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노사화합의 해결사 역할도 자처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허 행장의 소통 리더십이 돋보인 대목이다.
국민은행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허 행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견고화, 디지털 기업문화 정립, 고객 중심 서비스, 민첩한 조직체계 구축 등 4대 중장기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앞으로 허 행장은 디지털 혁신에 주력해 국민은행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이자장사 중심의 수익구조를 디지털금융으로 전환해 중장기적 수익기반을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금융의 중심에는 가상이동통신망(MVNO)서비스(알뜰폰) ‘리브 M’을 내세웠다. 리브 M의 핵심은 저렴한 요금제다. 국민은행과 거래실적을 쌓고 제휴카드와 연계하면 월 3만7000원이 할인돼 최저 7000원의 요금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데이터를 6기가 이하로 쓰면 알뜰폰 요금이 0원이 될 수도 있다.
금융과 통신이 결합한 서비스답게 모바일 금융거래의 편의성도 키웠다. 리브M 유심칩에는 ‘KB모바일인증서’를 탑재해 고객이 단말기를 교체해도 모바일 공인인증서를 추가 발급하지 않아도 된다. 허 행장은 리브 M의 가입자 목표를 100만명으로 설정했다. 파격적인 요금할인을 위해 수익 욕심은 뒤로 미뤘다.
허 행장은 “통신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은 전부 고객에게 돌려 금융서비스 만족도를 키우겠다”며 “리브M의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20대 대학생, 취업준비생, 신입사원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저렴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하락기, 해외진출 과제
경영 2기 닻을 올리는 허 행장 앞에는 많은 과제가 산적했다. 저금리시대가 찾아오면서 은행의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돼 여신확대도 녹록지 않다. 내년부터는 은행권에 새로운 예대율 규제가 도입돼 NIM 하락을 대비한 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
국민은행의 아킬레스건인 해외진출도 허 행장의 경영과제로 꼽힌다. 국민은행의 해외점포는 15개로 경쟁은행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 올 상반기 베트남에서 신한은행은 56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244억원, 186억원을 벌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중국에서 74억22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최근 금융권의 해외사업 중심축은 금융시장의 성장가능성과 젊은 인구, 높은 예대금리차를 기대할 수 있는 신남방국가로 이동해 국민은행의 동남아시장 진출이 시급하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CFO)는 “금리하락 사이클에서 은행의 NIM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비이자이익과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분리한 후 취임한 첫 행장이다. 허 행장은 “아직 연임 소감을 말하기 이르다”며 “주주총회까지 재선임 절차를 신중히 완수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프로필
▲1961년생 ▲1980년 대구고등학교 ▲1984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1988년 장기신용은행 입행 ▲2004년 국민은행 대기업팀 팀장 ▲2005년 동부기업금융지점장 ▲2013년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5년 경영기획그룹 전무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2016년 영업그룹 부행장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