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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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와 한국 경제-상] 불안한 4위 교역국, 장기화 시 리스크 대비해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에 반발해 지난 6월9일 촉발된 홍콩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6개월을 넘어가며 출구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안을 공식철회하며 잠시 전환점을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홍콩 자치권 침해에 대한 홍콩인의 불만 누적과 현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맞물리며 오히려 갈수록 시위가 격화되는 분위기다.

핵심 교역국인 홍콩의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한국의 수출에도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위 교역국’ 정세불안에 수출 우려 고조

한국무역협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홍콩의 무역 규모는 세계 7위 수준이며 한국의 주요 수출대상국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의 대홍콩 수출액은 459억9644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6048억5965만 달러)의 7.6%를 차지했다. 올들어 9월까지 누적 수출 규모는 243억7125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4061억434만 달러)의 6%에 달한다.


이는 중국(998억5152만 달러) 미국(543억3467만 달러) 베트남(360억1601만 달러)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홍콩이 한국의 1위 수출대상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관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홍콩은 ▲무관세 혜택과 낮은 법인세 ▲중국과의 직접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완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03년 홍콩이 중국과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면서 홍콩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의 대중국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져 중국시장에 대한 해외자본의 접근성이 용이하다.

현지 통계청에 따르면 홍콩의 2018년 수입액은 총 6029억 달러이며 87.1%인 5253억 달러를 재수출했다. 이 중 중국으로 재수출된 금액은 2894억 달러로 홍콩 전체 재수출 금액의 절반을 넘었다. 홍콩이 수입한 한국 제품 역시 82.6%가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따라서 홍콩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이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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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분야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홍콩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3.0%이며 컴퓨터(3.4%) 화장품(2.9%) 석유제품(2.7%) 등도 2~3%대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아직까진 홍콩 시위에 따른 별다른 피해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 시위는 격화되고 있지만 홍콩 주요 물류허브는 제기능을 하고 있어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홍콩무역관에 따르면 현지 컨테이너 물동량은 시위 촉발 직전인 지난 5월 1572 TEU(20피트 컨테이너 1대)에서 7월 1516 TEU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감소 원인도 시위의 영향이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것이란 게 홍콩무역관의 설명이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국의 수출 역시 홍콩 시위에 따른 영향은 아직 관찰되지 않는다. 물론 올 9월 기준 대홍콩 누적 수출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6% 줄어들긴 했으나 이는 시위보다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유진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단순히 금액만으로 시위 자체가 올해 한국의 대홍콩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지난해에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반도체 가격이 올랐는데 올해는 반대로 (반도체)가격이 점점 떨어지면서 수출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길이 막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시위가 장기간 이어지는 만큼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번 시위로 인해 한국의 수출 피해가 나타날 경우 상하이나 선전을 대체 무역허브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 8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국무원(행정부)과 함께 선전을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 홍콩의 위상을 대신할 수 있는 허브로 육성하는 청사진을 발표했었다.

홍콩 시위 6개월째… 한국 수출 영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개입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홍콩 시위를 지지할 경우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무역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만난 백악관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중국이 홍콩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홍콩 상황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변한 바 있어 홍콩 사태에 대한 개입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한국이 현 상황을 시장개척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콩 시위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 불편 등으로 현지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이 감소한 데 비해 전자상거래 매출은 늘었다. 독일 통계분석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홍콩의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올 9월 기준 47억4200만 달러이며 앞으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연 코트라 홍콩무역관은 “시위 발생지역으로 접근, 이동, 외출 등이 제한적임에 따라 오프라인 구매 대신 전자상거래를 통한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한국기업도 대홍콩 전자상거래 시장진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