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장면에는 "여자는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변해버렸지"라는 대사가 적혀 있습니다. 또 피해 여성 성격에 대해 “영 별로였어. 무척 도도하고 건방졌지”라고 묘사하고 있죠.
문제의 만화책은 만 7세 이용가인데요. 어린이 만화책에 이렇게 잔혹한 내용을 실은 작가나 출판사에게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을까요? 네이버 법률이 알아봤습니다.
| '태경TV 학교탈출'의 한 장면. /사진=트위터 |
해당 출판사는 지난 5일 이 만화책을 발간했습니다. 발간 이후 SNS를 중심으로 염산 테러 장면이 퍼지자 출판사는 23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출판사 측은 “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과 확인뿐만 아니라 기획 단계 및 작가 원고의 검증과 시스템 전반에 대해 재정비하겠다”고 전했죠.
출판사는 해당 만화책을 전량 회수해 폐기했습니다. 이미 팔린 책은 환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래도 사전에 출판을 막을 순 없었을까요?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심의하는 기관입니다. (청소년보호법 제7조)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간행물의 유해성을 심의합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17조)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간행물, 음악영상물, 게임물 등 모든 매체물을 심의하는데요. 그 내용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를 중점 판단합니다. 반면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간행물의 유해성만 심판하죠. 대신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 전체에 유해한지를 심의합니다.
하지만 두 위원회 모두 간행물의 유해 여부를 사후적으로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만화책이 출판된 이후에만 심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출판 전에는 어떤 심의도 할 수 없죠. 이러한 간행물 사전심의는 작가 및 출판사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전심의를 진행해 등급을 부여하는 매체물은 영상물과 게임물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사전에 잔혹한 만화책의 출판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후에 유해성 발견되면 처벌 가능할까?
출판 후 유해성이 의심되는 간행물은 우선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심의합니다. 이 위원회는 ▲음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뚜렷이 해치는 것 ▲살인, 폭력, 전쟁, 마약 등 반사회적 또는 반인륜적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하거나 조장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사회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에 해당하면 유해간행물로 결정하는데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19조)
유해간행물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유해간행물, 청소년유해간행물, 유해성 우려 간행물 등 3등급으로 나뉘는데요. 유해성 정도는 국민 전체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유해간행물이 가장 심각합니다. 청소년에 한정해 유해하다고 보는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된 책은 청소년보호위원회에 통보됩니다. 유해성 우려 간행물은 출판사에 주의를 환기하는 의견 제시에 그칩니다.
문제의 만화책은 반인륜적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했는데요. 유해간행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해간행물로 보기 어렵더라도 청소년에게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를 자극한 것’이므로 청소년유해간행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죠. (청소년보호법 제9조)
그러나 유해간행물 처벌에 관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과 청소년유해간행물 처벌에 관한 청소년보호법은 유해한 간행물을 출판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심의 후 위원회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때만 처벌하고 있죠.
간행물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위원회의 심의 전엔 간행물의 유해성을 알 수 없으므로 출판사에서 책을 사전에 폐기하거나 유해표시를 하는 등의 의무는 없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청소년유해간행물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판매·대여·배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청소년보호법 제58조) 또한 청소년유해간행물에 청소년유해표시를 하지 않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데요. (청소년보호법 제59조)
문제의 만화책을 전부 회수·폐기한만큼 해당 출판사나 잔혹한 장면을 그린 작가에게 이 같은 법적 책임을 물을 순 없습니다.
◆정신적 피해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할까?
그렇다면 해당 만화책의 작가와 출판사는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을까요? 잔혹한 장면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면 독자들이 출판사 및 작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요. (민법 제750조) 이때 ▲잔혹한 그림을 실은 행위에 대한 작가의 고의 ▲출판사의 검수 과실 ▲독자의 정신적 피해의 발생 ▲잔혹한 장면과 정신적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선뜻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작가가 양심에 따라 청소년이나 성인 독자에게 유해하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출판사도 성심성의껏 내용을 검수하는 것이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