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23년 미국 우주산업 컨퍼런스 ASCEND 오프닝 세션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는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 제공

"지상과 우주를 연결하는 생명과학 인프라를 구축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우주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김정균 보령 대표가 지난해 2월 열린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포럼에 참석해 밝힌 포부다. 우주정거장 내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우주의학 관련 인프라 확보로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덩달아 우주의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이스X 시대를 맞아 미국과 러시아는 물로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R&D(연구·개발) 역량과 인프라를 토대로 우주 경쟁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우주정거장에 연구소…보령의 우주의학 인프라 전략

사진은 지난해 국제우주정거장 그림발표 행사에서 기념사를 진행 중인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 제공

보령은 발사체 이후의 우주 공간을 활용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주산업의 관심이 발사체와 탐사 기술에 집중돼 있다면 보령은 우주정거장과 달 등 실제 우주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헬스케어 R&D을 미래 사업으로 보고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주의학 인프라는 단일 연구소가 아니라 우주정거장 내 연구공간, 연구·실험 플랫폼 서비스, 우주정거장 인프라 활용 사업권,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 등을 포함하는 구조다.

보령 관계자는 "스페이스X를 필두로 대다수 기업이 발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보령은 제약산업에 뿌리를 둔 만큼 발사체 이후 단계에서 지구 저궤도와 달, 화성 같은 공간을 활용해 헬스케어 R&D를 수행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령의 핵심 파트너사는 미국 우주항공 기업 액시엄스페이스다. 액시엄스페이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이후 활용될 상업용 우주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을 개발 중인 기업으로 2030년 전후 완공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보령은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액시엄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당시 815억원)를 투자하며 우주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4년에는 액시엄스페이스와 국내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를 출범시켰다. 브랙스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 내 우주의학 연구소 설립과 연구·실험 플랫폼 서비스, 한국인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 우주정거장 모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한다. 보령은 액시엄스페이스의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 일정에 맞춰 우주 헬스케어 R&D 플랫폼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보령 관계자는 "민간 우주정거장 타임라인에 맞춰 우주 헬스케어 R&D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과 플랫폼 확보 방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어떤 R&D를 수행할 수 있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보령은 2024년 12월 미국 달 착륙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에도 1000만달러(당시 14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 투자는 달 환경을 활용한 헬스케어 연구 인프라 협력 가능성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최근 민간 우주시장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기술 등을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 팰컨9의 저궤도 발사 비용은 ㎏당 2720달러로 우주왕복선 발사 비용의 약 20분의 1 수준으로 추산된다. 우주로 향하는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정부와 NASA가 주도하던 우주개발 패러다임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약국에서 우주로…창업철학의 확장

약국으로 출발한 보령이 창업주 김승호 보령그룹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필두로 제약사로 성장했다. 사진은 1962년 보령의 전신 보령약국 앞에 선 김승호 보령 명예회장. /사진=보령 제공

보령의 우주 도전은 회사의 출발점과도 맞닿아 있다. 보령은 1957년 김승호 명예회장이 서울 종로5가에 세운 보령약국에서 출발했다. 김 명예회장은 '원하는 약은 반드시 구할 수 있는 약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약국을 운영했고 원하는 약이 없으면 자전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뒤져서라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보령은 1963년 동영제약을 인수하며 제약업에 진출했고 1967년 성수동 공장을 완공해 자체 생산 기반을 갖췄다. 필요한 약을 구해주는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직접 만들고 개발하는 기업으로 역할을 넓힌 것이다.

보령의 우주사업은 미래 의료 수요에 선제적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이에 따라 우주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연구 과제 발굴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5회차를 맞은 글로벌 우주의학 경진대회 HIS(휴먼스 인 스페이스) 챌린지는 우주 환경을 활용한 지상 의학 문제와 우주 탐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학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우수의학 프로그램인 HIS Youth(유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수와 관련한 중·고등부 연구 제안서 경진대회와 어린이 그림전을 운영하고 선발 학생에게 NASA와 액시엄스페이스 등 미국 정부기관·민간 우주기업 방문 기회를 제공한다. 또 민간 우주인 미션을 통해 그림전 수상작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고 향후 달 표면에 수상작을 담은 저장장치를 보내는 야심찬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