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서 한 직원이 매장을 정리 중인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서 한 직원이 매장을 정리 중인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엔 적막감이 흘렀다. 중국인 관광객이 하나둘 모여 구경을 할뿐 오래 머무르는 이들은 없었다. 매장에는 직원 대신 ‘그동안 저희 매장을 이용해주신 고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영업 종료 안내문만이 자리를 지켰다. 

두타면세점은 오는 25일 사업을 종료한다. 인터넷면세점은 이미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고 오프라인 매장도 오는 23일까지만 영업을 이어간다. 아직 정식 사업 종료까지는 한달가량 남았지만 매장은 이미 폐점 분위기다. 내부에서는 벌써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 간판을 바꿔달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고요한 매장 속 분주한 직원들 

두산그룹은 지난해 10월 면세특허권을 반납하고 두타면세점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지 4년여만이다.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시내면세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다. 지난 3년간 두타면세점의 누적적자는 600억원에 달한다. 

사업 철수 선언 이후 두산은 곧바로 정리 수순에 돌입했다. 영업정지일을 당초 오는 4월30일에서 1월25일로 앞당기고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본격적인 재고 처분에 나섰다. 최대 90%의 할인 소식이 전해지자 온·오프라인에 이용객이 몰렸고 재고는 금방 동이 났다. 
이날 두타면세점에도 이미 재고를 소진하고 문을 닫은 매장이 즐비했다. 두타면세점은 지상 6층부터 13층까지 총 면적 1만6825㎡(약 5090평) 규모에 500여개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 중 시계, 선글라스, 향수, 주류, 담배 매장은 아예 문을 닫았고 패션, 화장품 매장도 일부 브랜드가 철수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시계 브랜드가 입점한 8층에 갔는데 단 한곳도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다. 직원들도 아무도 응대하지 않더라”며 “폐점 소식을 모르고 방문해 실망했다. 다른 면세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타면세점 8층 시계 코너가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두타면세점 8층 시계 코너가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그나마 운영 중인 매장에서도 면세품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재고 정리를 하거나 공항 인도장으로 보낼 면세품을 포장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매장 곳곳에는 재고 상자가 쌓여있었고 일부 매대에는 먹다 남은 음료수 병이나 쓰고 버린 화장솜이 나뒹굴었다. 

반면 일부 매장은 재고 처분에 한창이었다. 해외명품 전문 편집매장인 D메종에서는 ▲구찌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버버리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프라다 ▲페레가모 등을 40~50% 할인 판매했다. 이 중 일부는 한달 사이 할인율이 10% 오르기도 했다. 

다만 이마저도 현재는 모두 종료된 상태다. 폐점 시한이 다가올수록 할인폭이 커질 거란 전망과 달리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12월31일 세일행사를 마쳤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
재고 처리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며 “남은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상품을 소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 직원들은 두타면세점 자리에 들어오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재고를 인수할 거라는 데 힘을 실었다. 이날 만난 한 직원은 “우리는 (지난해 9월 폐점한) 갤러리아면세점과 다르다”며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을 이어받기 때문에 일부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재고나 매장 인테리어, 직원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직원 역시 “입점브랜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직원들도 그대로 남는다”며 “고용 불안은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두산 면세사업 부문 부동산과 유형자산 일부를 618억6500만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유형자산에는 두타면세점이 보유한 상품 재고도 포함됐다. 당시 양사는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위해서도 상호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화장품 코너가 한산한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화장품 코너가 한산한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장사는 목’ 공식 깨질까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규 특허를 획득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1분기 중 영업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재 운영 중인 강남점 한곳만으로는 효율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신규 사업장을 취득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면세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두타면세점의 자리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점에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강북으로 영토 확장에 의의를 두고 있지만 강북은 이미 롯데(명동), 신라(장충동), 신세계(회현) 등 ‘빅3’ 업체가 꽉 잡고 있다. 

두타면세점 내부 시설도 변변찮다. 두산은 두타 건물 사무동을 상가동으로 바꿔 면세점 자리를 마련했다. 때문에 층별 면적이 넓지 않고 시설이 미비해 면세점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두타면세점이 실패한 명품 유치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중심의 국내 면세시장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품 유치가 성패를 좌우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무역센터점 개점 당시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켰으나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소위 3대명품 유치는 이뤄내지 못했다. 반면 강북권 빅3면세점은 3대명품이 모두 입점한 상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업체에서 국내시장 상황과 매출 등을 고려해서 제한된 물량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의 네트워크만으로 명품 유치는 어려울 것”이라며 말했다. 

다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면세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초반 입지 선점을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출혈경쟁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여행객을 끌어온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주는 송객수수료(리베이트)가 증가할 수 있단 지적이다. 

다른 관계자는 “장사는 목이 제일 중요한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소위 망한 자리에 들어가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10% 중반인 수수료를 20%대까지 올릴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6호(2019년 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