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금융 빅블러(Big Blur) 시대가 열렸다. 핀테크(금융+IT) 열풍에 금융회사와 ICT업체는 ‘경계선 지우기’가 한창이다. 과거 전업주의를 버리고 서로 업권을 넘나들며 융복합 서비스를 출시하는 모습이다. 뱅커 보다 IT인력이 많은 은행, ICT회사 명함을 든 자산관리 전문가가 늘어나는 세상. <머니S>는 성큼 다가온 금융빅블러 현상을 짚어보고 알뜰폰 요금제, 금융상품 할인 혜택 등을 비교해봤다.<편집자주>

핀테크(금융+기술) 바람이 금융환경을 바꾸고 있다. 은행업과 정보통신기술(IT)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전통 점포영업를 대신해 디지털금융이 대세로 떠올랐다. 올해 국내 금융지주는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사람부터 영업문화, 조직까지 전부 디지털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먼저 IT인재를 적극 채용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영업부문 직접 고용 인력 비중은 2016년 76.6%에서 2018 71.1%로 줄었지만 IT 부문은 4.2%에서 4.4%로 늘었다.

◆디지털 인력 수시채용, 조직 탈바꿈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공채에서 전체 채용인력의 30%를 디지털 인력으로 뽑았다. 올해는 시스템 운영이나 IT 관련 아키텍처, 상품 및 서비스 개발, 정보보호, 데이터분석, 블록체인, AI, 클라우드, 디지털마케팅, 미디어콘텐츠, 인증보안 등 IT업무 지원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한은행은 지난해 디지털 인력을 세차례 채용했다. 디지털, ICT를 전공한 신입직원 뿐 아니라 IT전문기업, 대기업 등에서 근무한 경력직 및 특성화고 출신도 영입하고 있다. 올해도 ‘해커톤’과 같은 신기술 분야 경진대회 입상자나 IT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수료자 등 디지털 경험이 있는 인력을 영입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인력을 IT와 디지털로 세분화해 뽑았다. 신입행원 채용에서 이공계생이면서 석사 이상 학위가 있다면 우대한다. 올해는 인공지능(AI)기반 서비스개발,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생체인증, 디지털마케팅 등 전문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그룹의 IT 전문기업인 하나금융티아이를 통해 디지털 인재를 수혈하고 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정보처리기사 등 IT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하고 하나금융티아이 산하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석·박사급 AI와 빅데이터 분야의 경력직 전문가를 뽑는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IT·디지털 분야에서 전체 채용인원중 절반에 가까운 100명을 뽑았다. IT직무는 금융시스템 관련 IT개발과 보안 침해사고 분석과 대응을 위한 정보보안 업무다. 디지털직은 입사 후 디지털금융과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은행이 앞 다퉈 공학도 채용에 공을 들면서 IT출신들은 그야말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간편 송금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버리퍼블리카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IT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경력 입사자에게 직전 회사 연봉의 1.5배를 연봉으로 제시하고 직전 회사에서 받았던 연봉만큼 보너스로 일시 지급한다. 보너스 대신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선택할 수도 있다. 능력이 뛰어난 경력자에게 사실상 업계 최고로 대우하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싱가포르 DBS은행은 IT인력이 25%를 차지한다”며 “단순히 은행이나 증권, 보험 업무에 IT서비스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IT인력이 다수인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보다 AI 비서·로봇 자산관리 인기

핀테크의 파도는 한반도 바깥에서 더욱 거세다. 이미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탈금융’을 선언했다. 가장 금융회사 같지 않은 금융회사만 살아남는다는 아이러니한 발상이다. 여기에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 보이지 않는 디지털 기술에 주목한다.

최근 미국에서 개막한 CES에서도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로 무장한 AI가 화두로 떠올랐다. 미래금융에선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전문가)가 프라이빗뱅커(PB)보다 똑똑한 자산관리를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개인의 투자 성향을 판단한 뒤 투자 종목의 변동성이나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린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상품보다 낮은 수수료와 좋은 수익률에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능력은 펀드매니저를 압도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지난해 11.66%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5.76% 수익률에 그쳤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릴 때 로보어드바이저가 변동성을 줄였다는 평가다. 

국제금융센터 발표자료에 따르면 미국 11개사의 로보어드바이저 관리자산은 2020년 2조2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이 2020년에는 1조2250억원, 2021년 1조90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금융권도 로보어드바이저 성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조경엽 KB경영연구소장 등 17명의 KB금융그룹 임직원들과 CES에 참석했고 신한금융은 디지털 전략 담당 임원들과 실무진들이 CES를 찾았다. 농협금융은 올해 처음으로 지주 디지털 부문과 기획파트 실무진이 CES를 참관했다.

금융권에선 AI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겪어보지 못한 금융시장에서 대응 능력이나 투자자와 의사소통 부족 등 로보어드바이저의 한계도 보완해야 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가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 분야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반의 단기 매매”라며 “개인과 기업의 신용도 추계, 신용카드 부정거래 방지, 챗봇을 통한 콜센터 업무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7호(2019년 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