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청정섬으로 이름난 제주인데 무슨 뜬금없이 '대기오염인가' 하겠지만 사실이다.
◆천혜의 자연 제도는 어디갔나?... 미세먼지 발생 역대 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의 미세먼지 발생 일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제주지역에 미세먼지(PM10) 주의보가 발령된 일수는 ▲2017년 5일 ▲2018년 11일 ▲2019년 9일 등으로 나타났으며 초미세먼지 주의보(PM2.5)가 발령된 일수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3일과 2018년 4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14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속 시간도 지난해 197시간을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다. 2015년 115시간이었던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지속 시간은 2016년 75시간, 2017년 80시간, 2018년 67시간 등으로 감소했으나 2019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150㎍/㎥이상일 때, 미세먼지 경보는 평균농도가 300㎍/㎥이상 2시간 넘게 지속될 때 각각 발령된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시간당 평균농도가 75㎍/㎥이상, 경보는 150㎍/㎥이상 2시간을 초과할 때 발령된다.
특히 지난해 3월 5일에는 제주에 역대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118㎍/㎥, 초미세먼지는 7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로 보더라도 제주에 미세먼지·초미세먼지 관련 경보가 내려지지 않은 시기는 6월에서 9월까지 4개월에 불과했다. 즉 평균적으로 제주 역시 미세먼지가 거의 상시적으로 드리우는 지역이 돼버린 셈이다.
물론 이는 서울이나 수도권 및 기타 광역시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기오염을 배출하는 산업시설도 거의 없고 육지에서도 멀리 떨어진 섬지역인데다 이미 전기차 보급과 풍력발전 확대 등 청정지역을 표방하는 천혜의 관광도시인 제주가 어느새 미세먼지로 신음하게 된 것 자체가 우려되는 일이다.
◆렌트카 셔틀버스 매연 문제 심각
제주도는 연간 150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국내 제1의 관광도시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대중 교통수단이 갖춰지지 못한 탓에 상당수의 관광객들은 렌터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항에서 직접 렌터카를 운영하는 업체보다 공항 주변에 상주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 셔틀버스를 통해 관광객들을 렌터카 인수 장소까지 수송을 하고 있고 셔틀버스 대부분은 매연을 내뿜는 디젤 차량이란 점이다.
셔틀버스는 업체에 따라 통상 10~15분 간격으로 반복 운행하는데 예약한 관광객들을 태우거나 자리가 만석이 되기까지 공항 인접 주차장에서 공회전을 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이때 디젤 차량의 공회전으로 인해 셔틀버스 주자창은 매연으로 가득하고 불쾌한 매연 냄새가 공항 입구에까지 진동한다.
비행기나 활주로 운행 차량에서 발생하는 매연은 어쩔 수 없더라도 셔틀버스 승강장까지 이동하면서, 특히 구획된 셔틀버스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수십대의 셔틀버스가 내뿜는 매연을 참고 호흡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 불쾌하기 짝이 없다.
매연 냄새가 너무나 독해 과거 삼십여년 전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수십대의 디젤버스들이 줄지어 내뿜는 매연으로 정류장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간혹 어쩔수 없이 버스를 탈 때마다 멀미를 달고 살아야 했던 불쾌한 기억마저 소환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등록된 렌터카 업체는 총 125개소이며 운행하는 차량대수는 총 3만736대로 집계됐다. 대부분 제주 지역의 렌터카 차량들은 가솔린 또는 LPG, 전기차로 구성돼 있지만, 셔틀버스만큼 여전히 디젤차량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단체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대형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단체 관광객들의 특성상 이동이 잦은데 그 때마다 관광버스들은 도로변이나 관광지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춥거나 혹은 더운 날씨에 히터나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해 공회전을 하는데 이들 버스 대부분이 디젤 차량이다.
앞서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제주 일대 미세먼지 발생특성과 오염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81.8%가 인위적 오염원에 의해 발생했다. 이 중 주된 오염원은 바이오매스 연소와 자동차 배출 31.0%, 2차 황산염 및 오일연소 30.4%와 2차 질산염 16.7% 등으로 나타났다. 즉 제주도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자동차 매연과 관련돼 있는 것이다.
물론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은 대개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상시적인 미세먼지 오염의 상당수는 국내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하며 이 중 대부분은 차량 매연이나 타이어 분진 등이 주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 불어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당장 어쩔 수 없는 요인이지만 적어도 미세먼지 가득한 매연을 내뿜는 셔틀버스나 대형 버스 등 디젤 차량부터 교체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청정 지역이라면서 가능한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제주를 찾아가는 관광객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