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있는 아우디로 거듭나겠다.”

2018년 아우디의 국내 판매재개 당시, 아우디코리아의 수장 세드릭 주흐넬 사장이 부산모터쇼 현장에서 던진 말이다. 배출가스 임의조작(디젤게이트)이라는 전대미문의 범법행위를 저질러 국내 수입자동차시장에서 퇴출됐던 아우디. 2016년부터 2년여간 판매활동이 중단된 아우디는 복귀와 함께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회복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아우디는 판매재개 이후 2018~2019년 2년 연속으로 1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부활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고무줄 할인’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은 것. 외형은 과거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소비자 신뢰회복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아우디에게 한국에서의 2020년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e-트론(Tron)을 비롯해 Q5·Q2 등 다양한 신차를 론칭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단순한 할인전략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말뿐이던 신뢰회복, 올해 아우디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우디, 어떻게 생각하세요?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아우디는 국내 수입차시장 복귀와 함께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2018~2019년 각각 1만2450대, 1만1930대의 판매실적을 달성하며 토요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년여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 금세 옛 명성을 찾았다. 물론 아우디라는 브랜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1000만원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할인 덕분이다.
수입차업계에서는 아우디의 이 같은 행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아우디 등은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복귀해 큰 폭의 할인율을 내걸었고 수입차시장의 할인경쟁을 부추기는 단초가 됐다”며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할인에 나서면서 시장이 혼탁해졌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머니S’는 인터넷 설문조사업체 패널나우에 의뢰, 국내 소비자들의 아우디에 대한 이미지를 살펴봤다. 설 연휴였던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2만7588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질문은 간단했다. ‘고무줄 할인에도 아우디는 ‘프리미엄’인가.’


전체 응답자 가운데 47.6%인 1만3132명은 ‘벤츠, BMW 등과 견줄 수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여전하다’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할인율로 이미지 타격이 있다는 응답도 꽤 많았다. ‘고무줄 할인으로 프리미엄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36.6%인 1만93명으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 등 기타 의견은 15.8%로 나타났다.

공격적 할인에도 여전히 프리미엄이라는 응답이 많았지만 그에 따른 이미지 저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상당했다. 아우디가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이다. 투표참여자 가운데 할인으로 아우디의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이미지가)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듯하다’, ‘그냥 외제차다’, ‘고무줄 할인’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아우디 전시장.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지워지지 않는 조작의 그림자

아우디가 정녕 고객신뢰 회복을 원한다면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배출가스 임의조작’ 이미지를 청산하는 것이다. 공백기를 갖고 복귀했지만 여전히 조작, 불법 등의 잔상이 머리속을 맴돈다.
이를 해소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해 8월 환경부와 아우디는 임의조작 문제로 충돌했다. 환경부는 2015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7개 독일차에 대해 “요소수 분사량 감소방식으로 배출가스를 불법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가 된 차종에는 아우디 A6, A7 등이 포함됐다.

당시 환경부는 배출가스 불법조작 여부를 ‘적발’했다고 강조했고 아우디 측은 “억울하다. 자발적으로 신고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련 사실을 사전에 보고했다는 것 주장을 펼친 것. 환경부는 아우디 측의 해명 이후 재차 불법조작을 시인한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디젤게이트는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우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진행 중인 관련 재판도 상당수다. 올초 서울중앙지법은 아우디 등의 차량을 보유한 1200여명이 한국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차주 979명에게 차량 한대당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우디 등이 위법한 행위로 배출가스 인증시험을 통과했음에도 장기간 거짓광고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에는 배출가스 조작차량의 판매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우디 등의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사건은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계속 회자될 수밖에 없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는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언제든 돌아설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대한 신뢰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는 단순히 가격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