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의 공실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오피스텔, 상가, 빌라가 최근 몇년 새 시세차익 대신 월세수익을 벌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으로 급부상했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공급도 급증했다. 아파트가격이 정체되는 가운데 노후를 대비할 고정수익형 투자상품의 중요성이 커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수익률 뚜껑을 열어보면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일부 수익형부동산은 여전히 은행 정기예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지만 실상은 공실 리스크와 세금부담 증가, 매매가 대비 월세수익 하락으로 인한 수익률 감소다. 수익형부동산 주요상품인 주거용 오피스텔과 오피스, 상가의 투자수익률을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수익형부동산 '빨간불'] ② 뭉칫돈 몰렸지만 현실은 암울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는 규제에 둘러싸였다. 2년9개월 동안 19번에 걸친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이 쏟아지자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처로 손꼽히던 아파트는 옴짝 달싹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파트가 규제에 가로 막히자 투자자들은 대안 찾기에 골몰했고 꾸준하게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인 상가·오피스를 주목했다. 하지만 수익형부동산 역시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공실이 늘었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투자 실패 사례가 속출했다. 은퇴 후 월급처럼 임대수익을 올리려던 계획은 앞으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여기저기 투자 실패


# 20여년간 모 대기업에 다니다 1년 전 명예퇴직한 A씨(51세)는 두명의 자녀가 아직 고등학생이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계속 돈을 벌어야 하지만 그동안 회사 사무직에서만 종사한 데다 이렇다 할 투자경험 없이 다른 업무에 대한 경험도 전무하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던 A씨는 지인의 조언을 얻어 7개월 전 입주한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1층, 전용면적 50㎡)를 3개월 전에 매입했다. 시내와 다소 멀지만 500가구 이상의 대단지인데다 주변에 다양한 개발호재가 있다는 말에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3억5000만원에 과감히 생애 첫 투자에 나섰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내 공실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A씨는 매입한 상가에서 직접 장사를 하기보다는 임대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올리길 기대했지만 임대 문의는커녕 예정됐던 개발호재까지 모두 무산되며 울상이다. 직접 커피숍 등을 열고 장사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인테리어 등 추가비용이 들어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다시 팔까도 생각했지만 개발호재가 무산되며 시세가 뚝 떨어졌다.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 서울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B씨는 부동산투자에도 소질을 발휘해 서울에 2채, 인천에 1채 등 총 아파트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계속해서 아파트 3채를 보유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지난해 초 자신이 살 서울 아파트 1채만 놔둔 채 나머지 2채를 팔아 14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최초 매입가보다 4억원 정도 시세차익을 올려 쏠쏠한 재미를 본 B씨는 다른 투자 대안을 고민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건물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지은 지 30년 넘은 허름한 3층짜리 건물(연면적 400㎡)이지만 어차피 소문난 맛집인 만큼 계속 임대료를 내며 장사를 하기보단 직접 건물을 사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B씨는 아파트를 판 돈 14억원과 대출 4억원을 더해 지난해 7월 18억원에 건물을 샀다. 1층은 기존대로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고 2층과 3층은 리모델링을 해 사무실이나 치과 등에 임대를 내주고 수익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B씨는 6개월이 넘도록 2·3층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내부 리모델링을 했지만 워낙 낡은 건물인 데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건물을 보러 온 이들이 모두 입주를 꺼렸다.

게다가 최근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람들로 북적이던 식당마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매출도 반토막 났다. B씨는 아파트를 괜히 팔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공실률은 늘고 수익률은 떨어지고

앞선 사례들처럼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속출한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기준금리 인하, 종합부동산세 인상,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추진, 12·16부동산대책에 이어 2·20 대책까지 쏟아지다보니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수익형부동산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렸지만 반사이익 기대감이 수포로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다.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 기업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12월30일 기준) 거래된 상업·업무용부동산 거래량은 5만7910건으로 전년 거래량(6만3364건)보다 약 8.6% 감소했다.

이 중 상업용부동산(1·2종근린생활, 판매시설)의 거래량은 5만2993건으로 전년(5만9520건)보다 약 11% 줄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및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에 대한 대출 및 청약 제도가 강화돼 수익형부동산은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속된 내수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상가의 침체가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한국감정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은 11.7%를 기록해 3분기(11.5%)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같은 기간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5.3%에서 6.2%로 늘었다.
서울시내 한 공실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공실이 늘면서 상가 임대료도 대부분 떨어졌다. 전국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2018년 4분기보다 0.47% 하락해 1㎡당 2만8000원, 소규모 상가는 1㎡당 2만300원을 기록해 0.73% 내려갔다.
투자수익률도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은 1.69%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0.06%포인트 하락했고 소규모 상가도 1.43 %→1.58%로 전년보다 수익률이 0.15%포인트 악화됐다.

조 연구원은 “내수 경기 침체로 온라인 구매 비중이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 매출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며 “상가 공실은 늘었지만 임대료는 비슷한 수준이라 시장 불황에 따른 수익형부동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