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설’만 난무하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의 통합일정이 최종 확정됐다. 신한금융지주는 보험사 수익을 강화해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한다는 각오다. KB금융도 푸르덴셜생명를 품에 안고 추격한다.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강화 흐름에 따라 보험이 리딩금융 격전지로 떠올랐다. 철옹성으로 여겨온 삼성·한화·교보의 '빅3구도'도 균열이 예상된다. ‘머니S’는 통합 신한-오렌지가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 통합 전 구조조정 가능성, 보험사 매물들이 인수합병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Cover Story-오렌지 삼킨 신한금융] ③보험사 품은 금융지주… 리딩금융 대격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신한금융, KB금융

보험사가 금융권의 인수·합병(M&A)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4대 금융지주회사는 매물로 나온 보험사를 새 식구로 들이기에 적극적이다. 오랜 저성장 기조에 은행의 수익성이 줄어들 것을 우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10일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푸르덴셜생명보험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방식은 락 박스(Locked-box) 구조다. 락 박스란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결정한 기업가치평가액을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미리 정하고 가치유출(Leakage)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매대금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해말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기초 매매대금(2조2650억원)과 거래종결일까지의 합의된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750억원)을 합산해 지급하게 된다. 이 매매대금은 거래종결일까지의 사외유출금액 등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거래종결일에 보다 낮은 금액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신한·KB금융, 생보사 열전… 리딩금융 경쟁

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이는 매물은 생명보험사다. M&A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은 KDB생명, 더케이손보다. 잠재 매물은 동양생명, ABL생명, MG손보 등이 거론된다.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해보험을 700억원대에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를 2021년 7월 신한생명과 통합할 예정이다.


현재 생보사와 손보사를 계열사로 둔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생보사만, KB금융은 손보사만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2014년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계열사를 매각해 보험사가 없다.
생보사는 과거 주력으로 삼던 저축성보험 상품이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역마진 부담이 커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점, M&A을 통한 신규시장 진출 등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KB금융이 품은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규모가 약 20조원으로 업계 11위다. 2018년에는 144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업계 4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손보사는 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 악화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사업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하나금융이 인수키로 한 더케이손보를 제외하곤 비교적 우량한 매물을 찾기 어렵다.

잠재 매물인 MG손보는 2018년 지급여력(RBC)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해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았다. RBC비율은 재무건전성 지표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한번에 지급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금융감독원의 RBC비율 권고 조치는 150% 이상이다.


금융권에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본을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형 보험사들이 M&A시장에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보험사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리딩금융그룹 경쟁에 나선 금융지주들은 매물가치를 따져 보험사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낼 전망이다. 특히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이 유력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의 자회사인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 계열사 M&A를 추진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비금융 계열사 효과를 톡톡히 본 신한금융도 잠재적 인수 후보다.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출신 조용병 회장은 자신의 강점인 자산운용 노하우를 살려 자산관리 계열사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수의 금융지주가 리딩금융 의지를 다지는 만큼 당분간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장님 임기 안에 보험사 인수… ‘오버페이’ 단행

관건은 인수가격이다. 자회사 인수는 금융지주 회장이 ‘얼마나 영리하게 베팅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다. 조용병 회장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했지만 비싼 값을 치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쏟은 돈은 총 3조2500억원이다. 매도자인 MBK는 지분 59%를 2조2900억원에 팔았고 옛 ING생명 인수 후 배당금으로 6000억원 넘게 거둬들였다. MBK는 기업공개로 일부 지분(41%)을 매각해 1조7000억원을 챙겼고 신한지주는 이 지분을 다시 회수하는 데 9600억원을 더 썼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의 주식 1500만주를 2조2650억원에 취득했다. KB금융은 그동안 '오버페이'는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인수 참여자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의 새 주인이 되면 오렌지라이프 인수가의 약 79%를 지불하는 셈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총 자산 규모는 약 20조8900억원으로 오렌지라이프(32조8400억원)의 64%에 그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016년 현대증권 인수금액으로 1조2500억원을 제시해 고가 매입 지적을 받았다. 2014년 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할 때보다 1800억원 높은 금액이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이 이번 푸르덴셜생명에 통큰 투자에 나섰다간 성과 부풀리기란 지적도 받을 수 있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은 “푸르덴셜생명은 잠재적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다양한 잠재목표를 면밀히 분석하고 수익 창출력과 그룹 내 수익 기여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별도 자기자본/자회사 출자액)도 126.0%로 금융당국의 지도비율 130%에 근접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분 취득 금액을 감안한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37%로 추산된다.

하나금융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5%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말 하나금융투자 유상증자에 4997억원을 넣었고 연내 더케이손보 지분을 770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하나금융투자 유상증자와 더케이손보 지분 취득을 포함하면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9.0%로 올라간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계열사 확보에 속도를 낼 경우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푸르덴셜생명과 더케이손보는 인수 시점의 수익성과 효율성이 향후 유지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