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기업은행의 소명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중기와 소상공인의 금융 애로를 완화하고 금융시스템 불안이 전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을 돕는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행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은 업종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출공급을 10조원 확대했다고 밝혔다./사진=IBK기업은행 윤 행장은 “코로나 사태의 충격이 어느 정도 지속될 지 불확실한 상황이나 지금으로서는 유동성 애로 때문에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시적인 자금애로를 겪고 있는 피해기업을 지원하면서도 효과적인 여신심사를 통해 기업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구조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IBK의 주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공급 목표를 당초 49조원에서 59조원으로 10조원 확대했다. 또한 소상공인 초저금리 특별대출 지원 한도도 1조2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소지가 있으나 앞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고 우리경제가 정상화 될 경우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기업은행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주 52시간 근로에 진통… 내홍 심화
━
윤 행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주력하며 국책은행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계속되는 노조와의 갈등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윤종원 행장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낙하산 논란으로 출근이 저지된 윤 행장은 여전히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은행은 근로기준법과 산별 단체협약에 따라 주 52시간이 초과된 근무에는 자동으로 PC를 끄는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주 52시간이 초과된 근무에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노조는 은행이 PC-OFF(오프)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직원들에게 편법으로 시간 외 근무를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은행은 연 1.5%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규모를 기존 1조2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확대했고 1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경영정상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난 6일부터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출심사 업무를 위탁받아 보증서 심사·발급, 대출을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초저금리특별대출 간편보증 업무’를 도입했다. 초저금리특별대출은 지난 6일 하루에만 2150건, 561억원 규모로 공급됐다. 지난 1~6일 4영업일간 접수된 건수는 5만7556건(1조4927억원)에 이른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 대출 지원만으로 근무시간이 모자랄 정도인데 은행은 기존 이익 목표는 조정하지 않고 있다”며 “긴급 자금이 필요해 찾아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각종 금융상품을 가입시키라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모자란 직원들은 편법으로 야근하거나 퇴근 후에도 대출서류를 집으로 가져가 처리한다”며 “명백한 불법이며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노조는 은행의 발전과 직원 행복을 위해 같은 배를 타고 가는 파트너”라며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경영평가를 유보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노조와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제위기에 관료출신 리더십 보여야
━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제위기에 등장한 윤 행장은 중소기업의 악재를 타개할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기업은행의 실적 개선도 윤 행장의 과제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6275억원으로 전년(2018년) 1조7643억원보다 7.8% 감소했다. 실적 성장세는 4년 만에 꺾였다.
순이자마진(NIM)은 1년 전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비대해진 중소기업 대출이 가계대출에 이어 은행권 부실을 초래할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은 14.45%로 국내은행 평균 15.25%보다 낮다. 기본자본비율은 6.14%로 전년대비 0.05%포인트 감소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하면 부실대출자산의 정리가 지연되는 잠재적 리스크가 증가해 대손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며 “은행은 자산성장보다 이익 성장에 초점을 맞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총이익 증감에 대응해 비용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부채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기업은행의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등 채권 발행 시 기준이 되는 독자신용등급(BCA)을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부실이 커져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에 부정적이다.
윤 행장은 “코로나19로 연초에 세웠던 경영 목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목표를 현실화해 나가려 한다. 중소기업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금융파트너가 되도록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