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로키 트레일호크./사진=전민준 기자

지프 ‘체로키’는 36년의 역사를 가진 모델이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70년 지프를 인수한 American Motor Coporation(AMC)는 군용자동차라는 지프의 장점에 혁신적인 디자인이란 AMC의 정체성을 반영한 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
4년 뒤 내놓은 게 바로 1세대 체로키다. 2도어 SUV 스타일을 갖고 있던 1세대 체로키는 1974년부터 1983년까지 9년간 약 20만대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2세대 체로키도 1984년부터 2001년까지 17년간 230만대가 넘게 팔렸다.

체로키는 무겁고 투박한 사륜구동 작업용 차량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에 세련되면서도 강인한 SUV로 대중들의 마음을 그렇게 파고 들어왔다. 2020년 1월 국내 출시된 체로키 트레일호크(이하 트레일호크).


 3세대 체로키의 최상위 트림인 트레일호크는 고성능 오프로드용 콘셉트로 특화시킨 모델로 오프로드 주파능력은 랭글러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FCA코리아의 설명대로 오프로드와 캠핑, 패밀리카로 모두 활용할 수 있을지 디자인, 오프로드, 온로드 주행능력을 알아봤다.

오프로드 고성능차 트레일호크

자동차 브랜드마다 고성능 서브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벤츠의 AMG, BMW의 M 이 있다. 같은 차종의 디자인과 다른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제작해 서브브랜드로 상징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트레일호크는 더 빠르고 더 잘 달리기 위한 고성능 서브브랜드와 비슷한 느낌이다. 트레일호크는 지프 라인업 중에서도 오프로드 주행에 완벽히 초점을 맞춘 상징적인 라인업에 붙이는 트림 명칭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트레일호크를 처음 본 순간 ‘사막을 잘 달리는 여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범퍼 각도를 수평이 아닌 60° 정도 기울기로 설계해 전면부로 갈수록 날렵해진다. 진입각을 높인 것은 오프로드 진입시 손상을 막기 위함이다. 범퍼를 제외하고 체로키와 외관상 다른 점이라면 트레일호크 엠블럼과 최대 2톤의 무게까지 견인할 수 있는 붉은색 견인 고리, 트레일호크 전용 휠, 루프, 보닛 디자인 등이 적용된 것이다. 실내는 레드스티치가 삽입된 프리미엄 가죽 버킷 시트를 탑재한 것이 다르다. 폭포를 연상시키는 워터폴 후드와 7-슬롯 그릴 등 지프의 정체성을 품은 고유의 패밀리룩과 대담한 스타일은 지프 뉴 체로키와 모두 같다.
체로키 트레일호크./사진=전민준 기자
오프로드에서 진가 발휘

트레일호크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알 수 있다. 테스트가 이뤄진 곳은 여주 세종천문대 섬강일대로 도강과 자갈길, 모래언덕, 모래고속 주행이 가능한 곳이다. 시승차인 트레일호크 3.2 4WD 모델엔 3.2ℓ 펜타스타 V6 가솔린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는 32.1㎏·m을 자랑한다.
제동을 걸지 않아도 가파른 내리막길에서도 꾸준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와 트랜스미션, 연료 탱크, 프런트 서스펜션 및 차체 하부를 보호해주는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되어 험난한 지형에서도 안전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다른 체로키 모델보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구현하는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II 시스템을 장착해 Jeep Active Drive I 기능에 로우레인지 및 중립 모드가 추가되었고, 지프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에는 Rocks 옵션과 셀렉-스피드 컨트롤 시스템이 포함되어 락크롤링으로 험로를 돌파할 수 있게 한다.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락 시스템과 오프로드 서스펜션이 더해져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세종천문대에 진입한 뒤 자갈과 모래가 혼재돼 있는 약 1㎞ 직선코스 앞에 섰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3300CC의 자연흡기 엔진이 내지르는 부드러운 함성과 빠른 응답성이 온 몸에 느껴졌다.

프런트 서스펜션은 비포장구간에서 충격을 운전자에게 푹신한 느낌으로 바꿔서 전달한다. 오프로드용이 아닌 도심형 SUV로 이 구간을 달리면 엉덩이와 몸에 거친 충격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차체의 흔들림도 크지 않았다. 네 바퀴가 바닥에 완전히 달라붙어 주행하기 때문이다.

조향 반응성도 뛰어나 100㎞/h로 달리던 중 큰 바위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핸들 방향을 바꿔 피해 가는 게 가능했다. 흥분된 마음을 주체하지 못 하고 곧바로 강으로 뛰어 들었다.
체로키 트레일호크./사진=전민준 기자

체로키의 지상고는 205㎜로 다른 중형SUV들보다 10㎜ 정도 높다. 10㎜는 주먹 2개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수심 30㎝ 정도 도강은 충분하다. 이날 섬강 수심은 약 40㎝로 살짝 버거워 보였지만 빠른 속도로 강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꾹 밟자 40㎞/h의 속도로 강 1/3지점까지 갈 수 있었다.
뭍으로 가기 위해 핸들을 돌리자 엔진힘이 처음보다 많이 줄었다. 다시 빠져나갈 때는 20㎞/h 속도를 넘지 못 했다. 물속에서 1900㎏의 거구를 이끌기엔 3.2ℓ의 엔진힘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3.6ℓ의 엔진을 탑재해 깊은 곳도 거침없이 달려 나가던 그랜드 체로키(공차중량 2200㎏)와 달랐다.

도강을 제외하고 모래언덕을 오르거나 오로지 자갈로만 구성된 코스에서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는 대로 즉각 반응하는 능력, 순간 가속은 모두 체로키와 랭글러를 넘었다. 군데군데 미끄러운 노면에 헛바퀴를 치는 듯 하면서도 곧바로 노면을 움켜쥐며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에 자신감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경사도가 70° 내리막 구간 앞에 섰다. 앞이 보이지 않아 낭떠러지로 간다는 느낌이 든다. 가속페달에 살짝 발을 떼고 내리막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트레일호크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내리막 주행제어장치를 작동시킨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20㎞/h 속도를 유지하며 200m 구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했다. 구간 마지막에서 범퍼가 닿을 까 염려했지만 60° 진입각을 갖춘 범퍼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트레일호크를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또랑또랑한 눈으로 아직 더 달릴 수 있다며 다시 오프로드 코스 진입을 재촉하는 것 같은 트레일호크. 이 차는 확실한 오프로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