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노동조합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면 자녀를 특별채용할 수 있게 한 단체협약의 법적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실시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A씨의 유족들이 기아자동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공개변론재판은 대법원에서 심리하는 사건 중 사회적 비중이 큰 사건에 대해 사건 관련 전문가 및 참고인을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하는 재판이다.
A씨는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된 상태에서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던 중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조합원인 A씨의 자녀를 채용해달라며 소송을 청구했다.
해당 규정은 노조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할 경우 직계가족 1인을 특별 채용하는 것이 골자다.
1심과 2심은 해당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위 규정으로 일자리가 대물림될 수 있으며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 정의에 반한다고 봤다.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손해배상은 금전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며 위 규정은 민법 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대법원 판단을 구하고 나섰고 전원합의체는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공개변론을 진행키로 했다.
공개변론에서는 위와 같은 산재 사망자의 유족을 특별 채용하는 규정을 협약 자치의 관점에서 존중할 필요가 있는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기회 균등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지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는 조항과의 비교도 이뤄진다. 아울러 조합원이 아닌 제3자를 특별채용하는 것을 단체협약에서 정할 수 있는 사항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된다.
앞서 법조계와 노동계, 경영계 단체들은 공개변론 전 서면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판단이 비슷한 협약을 유지하고 있는 노조를 포함한 노동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산재유족의 특별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며 기회 균등에 현저하게 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살펴 사회질서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위 규정과 관련 사용자가 회사의 과실로 목숨을 잃은 직원에 대해 자신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산재유족의 특별채용을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용세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