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직방은 2년간 무료광고서비스를 제공하다 유료 전환을 결정했지만 이는 플랫폼사업자 대부분이 채택하는 비즈니스모델이다. 공인중개사들 역시 이를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인식해 초반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디자인=김영찬 기자
[주말리뷰] 직방 회원 공인중개사들, 보릿고개에 한숨

#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공인중개업을 하는 B씨는 그랜저 한대 값에 맞먹는 연간 3300만원의 광고료를 직방에 낸다.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거래가 줄고 매출이 급감해 광고료 지출이 부담스러워지자 B씨는 직방에 광고비 인하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B씨는 서비스 초기만 해도 무료 광고로 가입을 유도하던 직방이 정작 회원이 어려울 때는 상생을 외면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유례없는 부동산 불황에 부동산업계가 시름하는 가운데 연간 수천만원의 광고료를 지출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건물주마저 나서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 캠페인이 확산되는 상황에도 꼬박꼬박 광고료를 인상해 회원사들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광고료 껑충… 공인중개사 ‘한숨’

2012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직방은 2년간 무료광고서비스를 제공하다 유료 전환을 결정했다. 이는 플랫폼사업자 대부분이 채택하는 비즈니스모델이다. 공인중개사들 역시 이를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인식해 초반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문제는 살인적 수준으로 오른 광고료 인상이 시작되면서부터다. 공인중개사 A씨는 직방의 유료 전환 뒤 5년여 동안 광고료가 두배, 세배, 네배 등으로 폭등했지만 광고를 중단하지 못했다. 그만큼 뛰어난 홍보 효과는 부정 할 수 없었던 탓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 5월31일 기준 회원으로 등록된 중개사무소는 4만2000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누적 2900만건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록(개업) 회원 10만6468명 가운데 40%가 직방에 가입한 셈. 다운로드 수로만 보면 인구 1.8명 중 1명은 직방 앱을 사용 중이다.


이는 독점시장에서 이용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공인중개사들은 독점적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직방이 가격 협상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고액의 광고료를 부과해도 꼼짝없이 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한다. A씨는 “직방에 광고했을 때와 안 했을 때 문의 전화 수가 크게 차이 나 그동안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탈퇴를 주저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푸념했다.
직방의 비싼 광고료에 회원 공인중개업소의 시름이 깊다. /사진=직방

매물은 줄어도 할인은 없다?

매물 종류, 지역, 이용기간, 플랫폼 내 광고 위치 등에 따라 세분화되는 부동산플랫폼 광고료는 등록매물 숫자에 따라 책정된다. 가령 매물 10개를 광고하는 데 50만원을 지불하는 식.
지불한 금액보다 등록 매물 수가 적어도 이미 납부한 광고료는 돌려주지 않는다. 공인중개사 B씨는 “매물 수가 미달된 만큼 광고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을 때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직방은 광고료 인하 거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직방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뒤 회원의 광고상품 구매가 완료됐어도 요청이 있으면 이용 정지를 신청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재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다른 부동산플랫폼인 다방의 경우 광고료는 직방 대비 1.5~2배가량 낮고 지역에 따라 최대 3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다방은 서비스 개시일 후 일주일 내 환불을 요청하면 사용일 수만큼 제한 차액을 돌려주고 서비스 기간 종료 전에 매물 수가 미달되면 회원에게 안내한다.

직방은 고액 광고료 논란에 대해 “회원 스스로 매물 수와 광고금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 광고비 인상의 경우 “회원이 광고 수를 늘리거나 상품 구성을 변경했기 때문일 뿐 광고 단가를 인상해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직방 관계자는 “광고상품은 효과에 따라 차등이 생긴다”며 “수요와 공급이 많은 강남구는 매물 수가 많은 과밀지역이라 상품 가격이 가장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 가입과 탈퇴는 강제성이 없는 자유의사”라고 덧붙였다.

외국 자본 손잡고 ‘산업 생태계’ 흔들까

직방은 무료광고 중단 뒤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약 123억원 당기순손실에서 2016년 15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매출은 같은 기간 121억원에서 276억원으로 128% 급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2017년 12억원, 2018년 18억원으로 오르다가 2019년 다시 24억원 적자 전환했다. 직방은 이에 대해 채용 증가와 연구개발 투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방의 폭발적인 성장에 외국계 자본의 투자도 줄을 이었다. 직방은 2019년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 PIA(Principle Investment Area) 등으로부터 1600억원을 투자받았다. 골드만삭스 PIA는 2014년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도 약 4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외국계 자본의 특성상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보다 투자금 회수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직방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몸집 키우기→기업공개(IPO)→투자금 회수’가 정해진 수순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안성우 직방 대표는 “IPO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