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금은방 매출 50~60% 하락
… 거래량 급증은 '남일'지난 23일 오후 1시 방문한 종로3가 귀금속 상가는 한적했다. 이날 기자는 20여개의 점포가 들어선 종로의 귀금속 도매상가를 방문했다. 매장 내 손님은 10여명도 채 안될 정도로 한산했다. 손님은 50~70대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예물을 보러 온 신혼부부보다 액세서리를 구경하는 50·60대 무리들이 더 눈에 띄었다.
자동문 너머로 한걸음을 내딛자 부담스러운 시선들이 쏠렸다. '뭘 찾으시냐'는 연이은 질문에 금 시세도 볼겸 돌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가격대는 23일 기준 세공비까지 더해 1돈에 25만5000원 수준이었다. 돌반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이내 구매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어딜가도 똑같아요'라는 말만 내뱉은채 자리에 앉아 진열장을 닦았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요동치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경제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금거래량은 폭증했다. 하지만 금은방 자영업자들은 "일부 금수저들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금거래시장과는 반대로 대부분 매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60% 줄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금을 처분했다는 금은방 주인도 있었다.
종로에서 귀금속 상가를 6년째 운영 중인 A씨(50대·남)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넘게 떨어졌다”며 “지난 6년간 매출액 중 가장 최악”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매장의 B씨(50대·남)도 ‘전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급감한 매출에 타들어가는 속내를 내비쳤다.
금값이 솟구치면 팔려는 사람도 늘기 마련. 매도 건수가 늘지 않았냐는 질문에 B씨는 "어쩌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얼마에 (금을) 매도할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묻곤 발길을 돌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금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눈치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B씨는 "금값이 오르면서 매도·매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이야기는 아니다. 투자목적으로 골드바를 매수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골드바를 사려는 사람들은 이 곳에 안 온다. 진정한 금수저가 늘었다"고 한탄했다. 실제 같은날 방문한 한국금거래소의 관계자는 '금값이 오르면서 거래량이 늘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결혼식 연기, 금은방 타격?
… "사실 아냐"통상 매년 3~5월은 결혼 수요가 급증해 귀금속 시장의 성수기로 통한다. 해당 기간동안 연 매출의 30~40%가 쏠렸다. 6조원 규모 국내 귀금속시장 중 예물시장은 1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결혼 성수기도 옛말이라고 자영업자들은 말한다.
A씨는 "요즘에는 결혼 성수기가 따로 없다. 과거엔 봄·가을에 대부분 결혼을 많이 했으나 요즘에는 여름 겨울에 하는 분도 많다. 혼수를 준비하는 결혼문화도 이젠 사라지는 추세여서 예물을 찾는 분들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혼인율은 금은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최근 금은방의 고객층은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은 30~50대 여성에게 옮겨갔다. 실제로 이날 매장 곳곳에는 액세서리를 구경하러 온 50대 무리가 눈에 띄었다.
A씨는 "금은방 주요 고객층인 50대 여성의 경우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이 코로나19로 개학을 안하고 집에 있으니까 엄마들의 외출이 줄었고 금은방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가 종식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금거래시장에선 코로나 이후에도 금은방 매출이 계속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를 통한 금거래가 활성화되면서다.
최근 증권사를 통해 금을 구매했다는 대학생 C씨(26)는 "(금은방을 통해) 현물로 사고 팔 땐 부가가치세(10%)를 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사면 부가세 면제혜택이 주어지고 작은 단위로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굳이 금은방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증권사를 통한 금거래가 최근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거래는 상당부분 계속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