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선 사모펀드 관리 체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제도와 감시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규모 1000억원대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지난 25일 운용사 옵티머스자산운용과 판매사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수탁사무기관 한국예탁결제원 등 18곳을 압수수색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 관련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면서 기대수익률로 연 2.8~3.2%를 제시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자 펀드 발행 초기부터 대부업체 등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 등을 일부 자산으로 편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입 자산의 95% 이상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약관상 설명과는 전혀 다른 구조다.
지난 22일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를 두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제2의 라임 사태로 불린다. 안정성을 내세우고 펀드 부실을 은폐해 펀드를 돌려막기한 라임과 마찬가지로 약관과는 다른 자산을 편입한 옵티머스도 부실 운용을 해왔기 때문이다.
펀드 관계사로는 사무관리회사(한국예탁결제원), 수탁회사(하나은행), 판매사(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등이 있다.
옵티머스펀드는 H법무법인이 개입된다. 옵티머스운용 측은 채권 양수도 계약서와 양도 통지확인서를 작성한 H법무법인이 서류를 위조한 것을 자신들도 뒤늦게 확인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H법무법인의 경우 옵티머스운용 측이 채권을 위조했다고 판매사와의 대책회의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자산명세서를 작성하면서 펀드 자산에 편입된 대부업체 등의 채권을 공기업의 채권인 것처럼 기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6일 만기를 앞둔 옵티머스크리에이터 27·28호의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보냈다. 지금까지 환매 중단된 4개 펀드(906억원)에 환매 자제를 요청한 개방형 사모펀드(270억원)까지 합치면 전체 부실 펀드는 1000억원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총 환매 중단 규모가 최대 5000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옵티머스운용 펀드의 전체 설정잔액 은 5564억원이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은 4778억원(85.8%), 한국투자증권 577억원(10.3%), 케이프투자증권 146억원(2.6%) 등을 차지하고 있다.
사모펀드 감시 구멍 숭숭… 금융당국 감시 소홀
펀드 관계사들은 대부분 이번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펀드 자산이 바꿔치기 됐을 경우 펀드 관계사들이 사실상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공모펀드는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가 한 달에 한번 장부를 맞춰봐야해 펀드명세서가 위조될 일이 없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감시 체계가 없다.
금융위원회는 라임 사태로 인한 사모펀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4월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에 PBS와 수탁은행의 펀드 감시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되며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법이 개정돼도 사무관리회사에 대해서는 감시의무가 없다. 사모펀드 규제에 구멍이 난 것이다. 펀드 관계사 간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도 게이트키퍼(gate keeper)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통해 옵티머스운용의 사모사채 비율이 높은 점 등을 보고 최근까지도 모니터링 해오고 있었다. 금감원은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옵티머스운용 현장검사에 착수해 사실관계 등을 확인 중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규제 체계 하에서는 수탁회사나 판매사 등이 사모펀드 관리운용을 감시할 책임이 없다"며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형사상 책임을 더 강하게 묻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주 사모펀드 전수조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25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모펀드 전수조사와 관련, "실무적으로 금감원과 협의 중이며 다음주에는 조사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