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산업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전환 정책도 정유·석화업계의 변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각 기업은 친환경 키워드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 아래 다양한 투자와 체질개선에 역량을 집중한다.
친환경, 선택 아닌 필수
산업계의 환경이슈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다.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짐에 따라 각국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했다.
한국 역시 국제적인 환경규제에 동참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37% 감축하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량 비중을 2017년 30.3%, 45.4%에서 2030년 23.9%, 36.1%로 낮추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7년 16.9%, 6.2%에서 18.8%, 20%로 확대키로 했다.
7월1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면서 핵심 과제로 ‘그린 뉴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래 기후변화·환경 위기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녹색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에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정유·석화업계가 친환경 경영에 역량을 집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환경으로의 사업방향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생산부터 수리, 재활용까지 생각하는 가치 사슬을 만들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과 연계하는 방향도 구상 중이다. 정유산업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원료를 뽑은 뒤 정유, 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해 플라스틱 원료로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자회사도 친환경 경영을 확대한다. SK종합화학은 친환경 제품 비중을 현 20%에서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SK에너지도 플랫폼과 그린 영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한다.
GS칼텍스는 지난 2017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체계를 수립해 경제·사회·환경 등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리스크 관리와 사회적 책임을 이행 중이다. 지난해 친환경 제품 매출액은 약 5000억원으로 총 매출액의 1.5%를 차지하며 폐기물 재활용률도 76%에 달한다.
투자 확대하는 기업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난 4월 여수공장 생산시설 가동을 위한 연료를 전량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했다. 기존 저유황 중유 사용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19% 이상 감축하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유발 물질도 30% 이상 저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13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관련 사업 투자에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채권이다. GS칼텍스는 그린본드 발행을 통한 시설 투자가 미세먼지 원인물질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LG화학은 최근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했다. ‘탄소중립 성장’이란 사업 성장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와 동등한 수준의 감축 활동을 펼쳐 탄소 배출 순 증가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05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 수준인 1000만톤으로 억제하기로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세계 모든 사업장에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RE100을 추진해 2050년 탄소 배출 전망치의 60%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다.
효성도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투자를 강화한다. 3000억원을 투입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 체인 구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소경제 시대를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12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에도 역량을 집결하기로 했다.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한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로 친환경 가방을 제작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친환경 녹색 기술 인증을 받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폴리케톤’의 사용범위를 수도계량기, 전력량계 소재 등으로 확대 중이다.
이 외에 롯데케미칼은 금호섬유공업 등 8개 업체와 손잡고 폐플라스틱 수거문화 개선 및 재활용을 통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루프’를 추진 중이다. 수거된 폐페트병을 활용해 원사·원단을 만들어 친환경 소재의 신발과 의류, 가방 등의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해 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