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윤수희 기자,이상학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지 하루 만에 실종, 극단선택해 사망한지 20일째가 됐지만 관련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사망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은 크게 다섯 가지다. 구체적으로는 Δ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Δ사망경위 Δ피소사실 유출 의혹 Δ서울시청의 성추행 묵인·방조 Δ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이다.
◇성추행 의혹 '공소권없음' 檢송치 예고했지만 '차일피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경찰의 새로운 수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이 "'공소권 없음'으로 조치하는 게 타당하다 생각한다"고 밝힘에 따라 관련 경찰 조사는 더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을 미루고 있다. 앞서 경찰 측은 서류작성 등 실무 작업만 끝나면 송치하겠다고 했지만 박 전 시장 사망 20일이 지난 지금도 송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개별 수사 사항은 알려드릴 수 없다"면서 "송치 시점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 피해자 측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인권위 직권조사로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망경위…박 전 시장·고소인 측 일정만 조율하면 본격 수사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긴 했으나 분석작업은 아직이다. 현재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고, '이미징'(휴대전화 속 정보를 통째로 옮기는 것) 작업을 마쳤다.
원본 전체를 이미지 파일로 본떠서 옮기는 것으로, 원본에서 삭제된 데이터도 복구할 수도 있다. 이미징 작업이 완료되면 해당 파일을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박 전 시장 측과 고소인 측 변호사들이 분석작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혀 아직 분석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분석작업을 위해 양측의 참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쪽 변호사들이 그 과정에 참여해야겠다고 해 일정을 맞추느라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면서도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주 내로는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소유출 의혹에 연루된 중앙지검…수사 진척없어
피소사실 유출에 대한 수사도 진척이 없다. 피소사실 유출건은 검찰에 고발이 접수돼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지만, 외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피소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앞서 활빈단, 자유대한호국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미래통합당 등은 경찰청, 청와대, 서울시청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김 변호사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에게 연락 후 면담 요청을 했다"며 "피고소인에 대해 말했다"고도 밝혔다.
이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욱준 4차장검사,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 등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오히려 조사대상이 됐다.
피소사실 유출 의혹에 중앙지검 관계자들이 연루되면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지 열흘 넘게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수사 지휘를 내릴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방조·묵인 철저 수사하겠다지만…영장 잇따라 기각
경찰은 공소권이 없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달리 서울시청 직원들의 방조·묵인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난항이다.
앞서 경찰은 방조·묵인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및 서울시청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변사 사건과 관련해 휴대전화 포렌식을 할 수는 있지만 성추행 묵인·방조 수사를 목적으로 한 휴대전화 포렌식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 등을 통해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해 꾸려진 서울청 수사전담 태스크포스(TF, 전담조직)는 성추행 방조·묵인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청 관계자 10여 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진 못하고 있다.
◇2차 가해 수사가 가장 진척…3명 입건
가장 진척을 보인 부분은 2차 가해 관련 수사다. 지난 27일 경찰은 고소인 진술서 유포와 관련해 피해자 모친의 지인인 목사 등 3명을 입건하고 이를 온라인에 최초로 올린 2명도 특정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악성 댓글이 올라왔던 4개 사이트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게시자 및 댓글 작성자를 특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도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웹사이트는 클리앙, 이토랜드, FM코리아, 디씨인사이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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